시 낭송가 김현서씨

언젠가 차속에서 우연히 김세원 성우가 낭송하는 박규리 시인의 ‘치자꽃 설화’를 들은 일이 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나는 시인이 되어 현장에서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하는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오래도록 진한 여운이 남아 나중에 그 시집을 사서 보게 되었는데, 눈으로 읽는 시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물론 조용히 혼자서 시행간을 곰씹어 보며 감상하는 색다른 맛도 있었지만 같은 시임에도 불구하고 낭송시의 성우 목소리에서 대상을 철저히 분해하여 여러 측면을 동시에 묘사하는 입체파(Cubism)화가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시집에서 읽는 시는 사실주의 그림을 보는 듯 하였다.

장마가 예고된 흐린날씨는 간간이 비를 뿌리고, 하늘은 어두운 잿빛으로 가라 앉은 6월 마지막 주 금요일. 왠지 요하네스 브람스의 음악 배경에 누군가 낭낭한 목소리로 읊는 시 한편을 감상하고픈 마음이 드는 건 비단 나혼자만 일까?

그래서 오늘은 자신의 천부적인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어(詩語)들에 다양한 뉘앙스(nuance)와 숨결을 불어넣는 시인이자 시낭송가, 김현서씨를 만나보았다.

▪‘시 낭송’은 ‘평상심(平常心)’을 찾아줍니다.

김현서씨는 화순주민자체센터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12시까지 ‘시 낭송’ 강좌를 열고 있다.

광주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순까지 와서 지역민 대상으로 시낭송에 대해 강의하는 이유에 대해 김씨는 “화순이 예향이고 역사가 깊어 여러 축제가 많이 열리고 있으며, 최근 낭송문화가 생활 속으로 확산되는 추세인데 화순지역 축제의 ‘시 낭송회’에는 지역민들 보다 광주시민들 참여가 더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차후에는 화순군민들 자체적으로 시낭송회를 이끌어 가는 문화적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어 주민자치센터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한다.

작년 12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아름다운 목소리이고 싶습니다’ 등 12편의 시가 수록된 음반을 발매하고 콘서트를 열기도 한 김씨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지만 전공과 관련없는 시낭송가로 활동한 지 10년차 되는 베테랑이다.

김씨는 ‘시 낭송’이 감성부재(感性不在)의 시대인 요즘, 건조하고 삭막한 인간의 마음에 촉촉한 단비를 뿌리는 역할을 한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어린시절엔 국어책에서 시를 접할 때는 지식을 쌓고, 시험 보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시를 가슴으로 만나게 된다. 하여 시 낭송을 하다보면 자신의 마음과 감정상태를 감싸고 어루만지는 감정치유개념으로 접근하게 되면서 시 행간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라며 시 낭송하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그럼 ‘시 낭송’은 무엇일까?

‘시 낭송(朗誦)’은, 타인의 詩든 자신의 詩든 처음부터 나중까지 시의 원고를 보고 적당한 감정을 살려 읽는 시 낭독(朗讀)과 달리, 낭송하는 사람이 사전에 시를 외우고 읽혀 마음의 악보를 만든 다음 음률적(音律的) 감정을 넣어 전달하여 시의 묘미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낭송시는 1차적으로 듣는 사람의 해석이 쉬운, 평이한 시가 적합하며 너무 짧지 않고 덜 함축적(含蓄的)이며 희노애락(喜怒哀樂)과 기승전결(起承轉結)이 분명한 시가 좋다.

또한 자신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시를 선택해야 하고 장소에 따라 실내에서는 고백형 시 실외에서는 명령형 시가 적합하다고 한다.

▪시 낭송가가 되려면...

김씨는 “시 낭송은 단순한 소리예술이 아니고 시선과 눈짓, 얼굴표정이 대단히 중요한데 눈빛은 화자(話者)의 중요한 사인(sign)이며 눈짓과 시선은 중요한 예술적 표현의 수단이다. 시 낭송가의 음성에는 온도가 있고 기쁨과 슬픔의 색깔이 있어야 하며 시속에 내재된 시인의 모든 감성을 발견하여 표현하여야 된다”고 말하면서 무대 전체의 구성요소와 자신과의 연관성을 구체화 시켜야 한다고 부연한다.

한편, 시 낭송가 자격은 ‘시 낭송 전국규모대회’ 1,2,3위에게 주어지지만, 중요한 것은 시 낭송가로서 진정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고 수상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꾸준히 내실을 다지다보면 언젠가는 시낭송가로서의 재능을 인정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김씨는 조언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명시인을 배출한 고장에서는 매년 ‘전국 시 낭송대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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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주민자치센터의 ‘시 낭송 강좌’는?

화순주민자치센터 시 낭송강좌는 개설된지 2개월이 되었다.

강좌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첫 주는 강사가 매주 다른 시를 가져와 수강생들과 함께 시인의 삶을 조명하면서, 시인의 작시의도(作詩意圖)를 파악하고 시를 분석하여 어떻게 해야 청중에게 설득력 있는 시 낭송을 할것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다음주에는 수강생들이 배우고 익힌 시를 배경음악과 함께 낭송을 실습하는 걸로 반복하면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시 낭송가가 된 계기와 시 낭송가로서의 김현서씨

김씨는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가정생활에 충실하던 어느날,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 1947~ , 브라질 소설가)의 ‘연금술사(O Alquimista)’를 읽고 ‘내 인생은 나답게 살아야 한다’라는 자각하게 되었다고.

‘연금술사’는 꿈을 찾아 떠난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가 삶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연금술이란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한 여정, 곧 자신의 보물을 찾아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살다보면 우리 곁에는 꿈을 알려주는 수많은 지표들이 찾아온다. 우리는 그저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면 되는데 어떻게 해야 그 지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여기서 김씨는 주변에서 자신의 목소리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며 ‘하늘이 내린 자신의 목소리’를 통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다가 시 낭송을 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씨는 전국 시낭송대회에서 4차례에 걸쳐 대상과 금상을 수상했고, 현재는 화순주민자치센터 외에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인문학강사, 고등학교 초빙강사로 활동 중이며 여러 행사에 시낭송가로 출연하거나 진행을 맡고 있다.

또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학의 날’ 행사와 연계한 도곡 ‘소소미술관’의 ‘문학의 밤’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시낭송을 통해 자신감과 담력(膽力)을 키울 수 있고, 또한 시를 외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치매예방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많은 지역민들이 시 낭송에 관심을 가져 각자 나름대로 감성충만한 인생을 살면 좋겠고, 나의 詩 울림(響)이 나의 시를 듣는 모든이들에게 치유(治癒)가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다.”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 한다.

지천명(知天命) 나이를 목전(目前)에 두고 많은 이들에게 ‘시’행간의 아름다운 정서를 전하는 목소리 전령사(傳令使)로서 자신의 인생을 자신답게, 그리고 밀알처럼 영근 삶을 살고 있는 김씨에게 박수를 보내며 ‘화순주민자치센터 시 낭송 강좌’에 많은 지역민들의 성원과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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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서 시 낭송가: 010.2996.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