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한 현충일(顯忠日)이 있는 달이다.

6월 6일이 현충일로 지정된 배경은 고려시대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고려 8대 왕 현종(顯宗)은 즉위하자마자 거란(奚丹, 5세기 중엽부터 요하 상류遼河上流 인 시라무렌西刺木倫, Siramuren 남쪽에서 유목생활을 하고 있던 여러 부족으로 이루어진 민족)의 침략으로 전쟁을 치르게 되었으며 이로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역사서 기록에 보면, 현종은 전쟁이 끝난 1014년(현종 5년), 농경사회에서는 곡식을 수확하는 것과 동시에 씨앗을 뿌리기 가장 좋은 날이라고 여기는 망종(芒種, 24절기중 하나로 6월 5일이나 6일 정도)에 거란과의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의 유골을 각자의 집으로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내용이 있다.

전사 장병을 기리던 역사를 통해 지금의 현충일이 6월 6일이 된 것이다.

현충일과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달 6월을 맞아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상임대표이자 광주·전남회장, 화순군유족회장을 겸하고 있는 류영달(柳泳撻)회장을 만나본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1960년 10월 20일 결성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는 한국전쟁 전·후(前後) 국가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학살된 백만 민간인 희생자들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과, 독재정권 과거사 청산을 통한 역사 바로 세우기, 통일시대 역사문화운동과 인권운동, 불행한 과거 재발방지교육 및 평화운동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하지만 독재정권탄압에 의해 해산되었고, 2000년 9월 7일 ‘전국피학살자 유족회’의 뜻을 받들어 ‘한국전쟁민간인학살진실규명 범국민위원회’로 새롭게 출발, 2007년 6월 14일 ‘한국전쟁전후피학살자전국유족회’로 개명하면서 회칙을 제정하고, 2012년 6월 8일 재창립을 결의를 통해‘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로 명명(命名)했다.

▪류영달회장과 6.25

1946년생인 류회장은 5살 되던 해 6,25동란을 맞았다.

화순동면 장동리1구(우평부락)가 고향인 류회장은, 전쟁발발시 부친(류기동, 柳基動)은 화순광업소에서 목수 일을 담당 하였고 숙부(류길만, 柳吉萬)는 노무과에 근무하고 있었다.

류회장의 부친(좌측)과 숙부(우측)

당시, 동면지서는 경찰들이 후퇴했다가 유엔군의 도움으로 다시 수복하는 과정에서 화재로 사무실이 소실되어 우평부락 앞 상점 일부를 임시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동면지서가 빨치산의 습격을 받고 경찰직원 3~4명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출동한 화순경찰 병력이 진상확인도 확인하지 않은 채 보복차원에서 무고한 지역민 13명을 좌익((左翼)으로 몰아 즉결처형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류회장의 아버지와 숙부는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죄없는 주민들을 왜 죽이느냐"고 항의하는 현직面長(류길현)까지 지켜보는 마을사람들 앞에서 총살했다는 잔학성에 대해 지금도 분노하고 있는 류 회장은, 65년 전 어린소년의 눈에 비친 아버지와 숙부의 죽음이 지금까지 가슴에 한(恨)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류영달 화순군유족회장

성년이 된 류회장은 신동아화재(한화손해보험 전신)에 사원으로 입사, 임원 퇴직을 한 후 베트남정부와 국제결혼사업을 함께하는 에버피아이엠 광주 전남 사업본부장을 하였으며 화순군농민회 부회장도 역임했다.

하지만 2009년 5월30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화순군지회를 창립하며 초대회장으로 추대되면서 류회장은 아버지와 숙부의 한을 풀어드리고 억울하게 죽어야만 했던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예 회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까지 4대째 회장을 유임(留任)하며 추모사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번 3대회장직을 수락한 것은 추모공원조성 마무리 차원이라고 한다.

화순군유족회에서는 매년 10월5일이면 남산군민회관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있는데, 이 위령제는 좌익에 의한 희생자, 우익에 의한 희생자, 군경에 의한 희생자 등으로 나누는 여느 위령제와 달리 희생자들을 분류하지 않고 한자리에서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이다.

류회장은, 그동안 유족들의 후손들이 제사를 지낼 수 있고, 이름없이 돌아간 영령들을 추모할 수 있는 ‘추모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구충곤 군수의 적극적 지원으로 내년에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와 인공폭포, 나드리복지관사이에 있는 경관좋은 곳에 추모탑과 추모관을 건립하는 ‘추모공원’ 조성이 확정되었다고.

이러한 규모의 추모공원은 화순이 전국 최초로 설립하는 것이라며 류회장은 내년 66주기 8회 위령제는 추모공원에서 열리게 될것이라며 뿌듯해 한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전쟁은 가족간 생사(生死)이별을 낳았고, 23세에 청상과부가 된 류회장의 어머니 고일순여사는 2012년 87세를 일기로 타계했으며 유복자였던 동생은 파독광부(派獨鑛夫)로 독일에가서 자수성가 하였다.

류회장은 자신의 부친 죽음은 좌익과 연관된 것이 아니었기에 연좌제(緣坐制, 특정한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일가친척이나 그 사람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연대 책임을 지고 처벌을 당하던 제도로 주로 3촌의 근친이나 처첩에 한정되었다.)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군경(軍警)등에 의해 민간인들이 무고하게 학살당했음에도 많은 유족들이 독재정권아래서 반공법, 연좌제 등으로 인해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동물과 같은 생활을 해 왔다면서 “억울한 죽음을 맞아야 했던 분들의 원한 만은 풀어 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추모공원이 생기면 영령들도 안식을 취할 곳이 생겨 많은 위로가 될것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과거의 비극을 떨쳐 버리고 화순과 국가 발전을 위해 모두의 마음을 합쳐 정진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올해 65주기 제 7회 합동위령제는 오는 10월5일 남산군민회관에서 봉행할 예정이다.

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화순군유족회 창립행사에서 인삿말 하는 류회장

류영달회장: 010.3612.3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