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보다 독한 눈물

박인환

눈물처럼 뚝뚝. . .
낙엽지는 밤이면
당신의 그림자를 밟고 넘어진
외로운 내 마음을 잡아 보려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렇게 이별을 견뎠습니다.

맺지 못할 이 이별 또한 운명이라며
다시는 울지 말자 다짐 했지만
맨 정신으론 잊지 못해 술을 배웠습니다.

사랑을 버린 당신이 뭘 알아
밤마다 내가 마시는건 술이 아니라
술보다 더 독한 눈물이였다는 것과

결국 내가 취해 쓰러진건
죽음보다 더 깊은
그리움 이였다는 것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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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행간에서
그 어떤 시보다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짙게 묻어나오는
‘술보다 독한 눈물’

박인환은 죽기 며칠 전 10여 년간 방치해 두었던 첫사랑 연인의 무덤이 있는
망우리 공동묘지에 다녀온 후 ‘세월이 가면’ 이란 시를 썼다한다.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예감이라도 한 것처럼
시도 사랑도 삶도 정리해 간 박인환.

그럼 이 ‘술보다 독한 눈물’은 언제 썼을까?
가난한 시인 신분이라 그토록 좋아했던 조니워커 대신
소주와 막걸리를 눈물처럼 마시며
그가 이토록 그리워했던 이는 누구 였을까?
죽음보다 더 깊었던 그 그리움은 무엇 이었일까?

박인환(朴寅煥,1926~1956)

1926년 8월15일 강원 인제(麟蹄) 출생
경성제일고보를 거쳐 평양의전(平壤醫專) 중퇴
종로에서 마리서사(書肆) 경영
1946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
《거리》 《남풍(南風)》 《지하실(地下室)》 등을 발표
《아메리카 영화시론(試論)》을 비롯한 많은 영화평을 남김
1949년에 김경린(金璟麟) 김수영(金洙暎) 등과 함께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하면서 모더니즘 대열에 합류
1955년 《박인환 선시집(朴寅煥 選詩集)》 간행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번역하여 공연
대표적 애송시 《세월이 가면》 《목마(木馬)와 숙녀》 등
1956년 3월 20일 심장마비로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