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택시 운전사 박종식씨

한 때, 일시적 절필을 선언했던 안도현(安度眩)시인은 "시인(詩人)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원래 있던 것 중에 남들이 미처 찾지 못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인은 발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또 누군가는 ‘시인은 영혼(靈魂)의 화가(畵家)이다’라고 했고, 전남용시인은 그의 시 ‘시학(詩學)에서 ‘시인은 벼의 껍질을 벗겨내고 흰쌀을 가공해내는 정미소(精米所)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시인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시인’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시를 짓는 사람’이고, ‘시’는 언어의 의미·소리·운율 등에 맞게 선택·배열한 언어를 통해 경험에 대한 심상적인 자각과 특별한 정서를 일으키는 문학의 한 장르이다.

하지만, ‘시’란 굳이 ‘시인’이라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순간 떠오르는 영감을 무심코 흘러보내지 않고 함축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면 ‘시’가 되고 ‘시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화순개인택시부 박종식씨

화순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운전경력 25년 박씨는 봄이면 형형색색 만발하는 수만리 큰재의 영산홍, 철쭉이 좋아 시가 절로 나온다고 한다.

자가용 증가 추세로 수입이 예전만큼 못하지만 그래도 큰 재 오르내리는 재미에 산다는 박씨는, 예전에는 오전 8시부터 시작하여 밤 8시경까지 하루 12시간 운전을 했는데 요즘은 잠자는시간과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 하루 15시간 여 일한다고 한다.

박씨 스스로 학력이 화려하지 못하다고 겸손해하면서 시에 대한 지식이 전무(全無)한 상태인데도 큰재의 철쭉을 보니 저절로 시심(詩心)이 싹터 쓰게 차속에서 쉬는시간을 이용하여 시 한 편을 완성하게 되었다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시상(詩想)이 떠오르는대로 쓰다보니 운율도 엉망이고, 표현력도 부족하다며 한사코 공개를 꺼려하는 박씨의, 큰재 철쭉에 대한 애정을 읊은 시를 소개해보면,,,

멀리 겨울산 노니는 흑염소가 보인다

놀다 가세, 노니다 가세

무등산 줄기따라

산세 속 움묵하게

자리잡은 화순의 땅에서

봄꽃, 철쭉, 영산홍 붉은 색동옷입고

나를 반기네,

경사가 났네


자랑스러워요, 사랑해요

만연산 등산로

밟아서 밟아서 다 달아지도록

새로운공기 마시면서

꽃내음 풍기는 화순의 땅에서

저 해가 다 저무도록

놀다 가세, 노니다 가세





운율이 안맞으면 어떻고, 시 형식에 어긋나면 어떠하리.
듣는 상대에게 시흥(詩興)을 일으키고 만연산 등산로 철쭉 구경하고픈 마음 절로 들게하면 그만인 거지.

화순초등학교 47회 졸업생인 박씨는 요즘 일요일이면 연령대가 퇴직기인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망중한(忙中閑)의 즐거움을 만끽한다고 한다.

젊은시절 강원도 광업소에서 몇 년 일한 경력도 이야기 하면서, 아직 34세의 장녀가 노처녀인데도 결혼을 하지 않아 ‘근심’이라고 말하는 박씨의 웃는 얼굴에서는 ‘근심’이 ‘근심’같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쌩~쌩~ ‘내나이가 어때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신나게 화순 거리거리를 누비는 박종식씨에게, 가는 곳마다가 모두 ‘영감(靈感)의 원천(源泉)’이 되기를 바란다.

시인의 영감을 불러일으킨 큰재 철쭉, 머지않아 형형색색 꽃을 피우리라..

박종식씨: 010.3616.4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