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이외수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한밤중에 바람은 날개를 푸득거리며
몸부림치고
절망의 수풀들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망명지
아무리 아픈 진실도
아직은 꽃이 되지 않는다

내가 기다리는 해빙기는 어디쯤에 있을까
얼음 밑으로 소리 죽여 흐르는
불면의 강물
기다리는 마음 간절할수록
시간은 날카로운 파편으로 추억을 살해한다
모래바람 서걱거리는 황무지
얼마나 더 걸어야 내가 심은 감성의 낱말들
해맑은 풀꽃으로 피어날까

오랜 폭설 끝에
하늘은 이마를 드러내고
나무들
결빙된 햇빛의 미립자를 털어 내며 일어선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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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January'
'January' 어원은 두개의 문(door)을 의미하는 라틴어 'Janua'에서 유래되었다.
얼굴이 두개인 야누스(Janus)는 미래와 과거를 볼 수 있는 '문의 신(神)'으로, 문은 한 쪽의 끝과 동시에 다른 한 쪽의 시작을 나타내어 새해의 문을 여는 1월을 'January'라 붙였다 한다.

흰눈이 내려 온 세상을 덮으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하얀색이 된다.
어둠이 내려 온 세상을 덮으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까만색이 된다.

하지만 눈이 녹고 어둠이 걷히면 온 세상은 다시 제 모습들을 보여준다.
절망으로 가리워진 것들이 희망으로.
희망처럼 보여졌던 것들이 절망으로.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절망도 희망도,

시간을 견디어 내면 진실 된 제 모습들만 보여 지게 마련이다.

넓은 벌판에 흰 눈이 와서 모든 풍경을 뒤 덮었는데 약간씩 녹으면서 눈 속에 숨어있던 원래의 풍경들이 보이는 과정들처럼....1월, January 이다.

이외수(李外秀, 1946년~)
경상남도 함양군 외가에서 출생, 강원도 인제군 본가에서 성장하였다.
춘천교육대학교에 중퇴.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견습어린이들》로 데뷔, 1975년 《세대》(世代)의 문예현상공모에서 중편 소설 《훈장》이 신인문학상 수상.
젊은 시절 인제군에서 임시교사로 일한 적이 있으며 현재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육군 15사단 명예 홍보대사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