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 구 상

내가 새로와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와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와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律調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意識은
理性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深呼吸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忠直과 一致하여
나의 줄기찬 勞動은 고독을 쫓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祈禱는 나의 日課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生涯,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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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아침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 자신들의 혼탁해진 마음이 새롭게 다가오는 매일매일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거뿐이지
자신이 새로운 마음으로 맞으면 언제나 새날 새로운 시간이 되는 것이다.

내 자신이 변하면 주위도 변화된다.

인간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는 순수함을 끌어내어 새로운 마음으로 꽃을 피우면
떠나가고 다가오는 모든 게 다 새롭게 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生涯,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

시인의 시혼(詩魂)에 우리도 공감하며 을미년을 새롭게 꽃피워 보자.

구 상(具 常 1919∼2004)
본명 구상준(具常浚),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출생,
1941년 일본대학 전문부 종교과 졸업
동서양의 철학이나 종교에 조예(造詣)가 깊어 존재론적·형이상학적 인식에 기반한 독보적인 시 세계를 이룩했다. 현대사의 고비마다 강렬한 역사의식으로 사회 현실에 문필로 대응, 남북에서 필화(筆禍)를 입고 옥고를 치르면서까지 지조를 지켜 온 현대 한국의 대표적인 全人的 知性.
프랑스문인협회 세계200대 시인에 선정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