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회장

다사다난했던 갑오(甲午)년이 저물어 가고 을미(乙未)년 청양(靑羊)의 해 맞이 준비 하는 12월도 중순을 지나 막바지로 가고 있다.

복잡한 세상사야 어떻든 인간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선한마음을 지니며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은 자연이 있고 인간이 창조해 낸 문화예술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1991년 11월 관내 예술인들이 모여 예향 화순의 명성을 되찾고 예술 활성화를 위해 결성된 화순예술인협회.

오늘은 예향의 고장에 걸 맞는 선현들의 전통 맥을 이어받아 지역예술발전에 기여하며 지역민들과 예술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화순예술인협회 배상금회장을 만나본다.


*화순예술인 협회 배상금 회장은 어떤 분?

남평이 고향인 배회장은 산자수려한 화순에 1970년도부터 들어와 살았다 한다.

원예를 전공했던 배회장이 화순에 정착하게 된 동기는, 당시 교통이 불편해 근교 타지방에 비해 물가가 비쌌지만 청정한 자연을 지닌 화순에서 작물을 재배하며 가족들도 부양할 요량이었다고.

시간이 흘러 3남1녀의 자녀들이 장성하고 노환으로 원예사업을 접게 되자 배회장은 예술적으로 종이 위에 표현하는 기술적 측면을 넘어서, 정신수양의 수단이기도 한 서예를 취미로 시작한다.

서예입문 25년이 흐른 지금, 배회장은 대한민국서예예술대전 초대작가로 무등미술대전 및 다수의 민전수상경력을 가지고 있고, 작년에 도전 추천작가로 추대되었다.

아직도 서예가 어렵다고 표현하는 배회장은 서예의 매력이 스승의 체본을 그대로 익히기 위해 몰입할 때 가장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누군가 그 자리에서 글씨를 써보라고 하면 긴장이 된다며, 선대 명필들의 글씨를 기술적으로는 재현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서체에 담겨있는 명필들의 서예혼은 담아내기 어렵다며 팔순노령에 소년처럼 수줍게 말씀하신다.


*배회장의 서예관

젊은 시절에 낚시광이기도 했다는 배회장이 어쩌면 서예를 택한 것도 같은 정신적 맥락일지도 모른다.

낚시를 통해 배우는 것이 기다림, 곧 침착함과 집중력 인내심이라면, 근본정신이 동양 일반의 예도(藝道)에 통하는 자연관을 기조로 한 서예는 참다운 인간의 영원성을 추구하는 도(道)로서 인간의 선행 수련이다.

배회장은 서예에 몰두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신선의 경지에 들어섬을 느낀다면서, 서예는 인간 감정 깊은 곳에서 가장 욕심 없고 순정한 마음을 품어내어 묘사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배회장은 앞으로도 오체를 전부 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기질을 키우며 서예인 다운 자세를 갖추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 말하면서 화순예술협회 회원들도 선현들의 작품에서 예술너머에 숨겨진 고귀한 인간성과 예술혼을 본받으며 회원 상호간에 관용과 용서로 더욱 질 높은 작품들을 탄생시키기를 기원한다고.

뇌경색과 폐질환으로 올해 병원에 몇차례 입원을 했다는 배회장은 후유증으로 인터뷰 내내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목소리에서는 예술인다운 순수함과 열정이 가득 느껴졌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인생을 살아 아무런 후회도 없다는 배회장은, 인터뷰 마무리 하면서 맏아들인 배정환씨가 이번 병환 중에 ‘부모님이 앞으로 5년만 더 사시게 해 달라’고 천지신명께 열심히 간구한 효자라며 눈시울을 붉히신다.

화순주도리 매화마을에서 부인 김연임여사와 함께 사시는 배상금회장의 가내에 평안이 가득하기를...




배상금회장:010.3611.3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