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경찰서의 담장이 없어졌다. 바로 그 자리에 꽃밭과 벤치가 생기고 담벼락에는 그림이 그려졌다. 주민들이 아침이면 거기에 앉아서 쉬다가 가기도 하고 학생들은 종종 사진을 찍는다. 포돌이와 포순이가 지나가는 주민들과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환하게 인사를 한다. 바로 ‘느티나무 쉼터’이다.

‘느티나무 쉼터’를 지나 2층에 위치한 그녀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먼저 나와 손을 내밀며 인사하는 따뜻함과 배려를 지닌 그녀는 금년 1월 21일부터 화순경찰서에 부임하여 화순 주민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이성순 서장(56)이다.

79년 일반 순경출신으로 시작하여 35년째 경찰에 몸 담아오고 있다. 화순 근무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05년 생활안전교통과장(경정)으로 화순에 1년 반을 머물면서 화순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화순에 정이 들었다고 한다. 만약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서장으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혼자 가슴에 조용히 품은 채 떠났다가 금년 그 꿈을 이루었다며 자랑스럽게 미소 짓는다.

여성으로서 한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는데 대한 주위의 호기심 반,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평소에는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을 지녔다가가도 일단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강하고 담대한 모습으로 차분하게 정확한 지침을 직원들에게 하달하여 사건을 처리하는 모습을 통해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직원들에게도 인정받는 서장으로서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

◆쌍봉교차로 교통사고 예방, 느티나무 쉼터, 주민과 함께 하는 다양한 사회활동...

화순경찰서의 치안의 목적은 화순군민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주민만족’ ‘행복치안’을 모토로 일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화순의 지금 치안은 매우 안정적이다. 상반기에는 살인사건 2건, 작년 일가족 5명이 교통사고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마의 국도 29호선’에서 금년 5월에도 1명 사망했지만, 하반기에는 강력사건이 한 건도 일어나지 않고 있고, 상반기의 강력사건도 이틀 만에 검거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한다. 화순경찰서 강력2팀은 2014년 2분기 전남지방경찰청 베스트 형사팀으로 선발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쌍봉교차로 ‘마의 국도29호선’ 중앙에 있는 분리대를 8월에 막아버리고, 커브길이라 야간에는 잘 보이지 않은 속도측정기와 신호등을 없애, 그 자리에서 신호를 보고 급정지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고 한다. 그때 이후로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럽고 잘한 시책이라고 여겨진다.

우리 화순에는 탈북민 5가구, 다문화 가정 800세대가 같이 살고 있다. 화순경찰서가 매달 이들이 사는 형편을 보고 일 년에 두 번 상·하반기 지원을 해주고 있다. 관내 형편 좋은 분과 연결해서 취업알선도 해주어 여기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계속 살펴주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의 경우, 민간단체(로터리)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여 생필품을 챙겨주고 있고, 매월 쌍봉사 선우봉사대가 집수리, 청소, 한방치료를 해주는데 경찰과 연계하여 민원청취도 하고 컴퓨터 수리도 매월 봉사하고 있다. 녹십자와도 함께 어려운 직원을 돕고 있다.

경찰행정에서 인권신장제도나 의식에 대해서도 과거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과거 실적위주, 검거율 위주, 결과 중시 경찰행정에서 지금은 경찰행정과정 속의 주민인권을 항상 염두하고 행정을 펼치다 보니 주민만족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주민에게 애정을 갖고 대하면 인권과 실적이 저절로 올라간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이 서장의 군민에 대한 따뜻한 행보에 지금은 경찰에 대한 주민만족도에서 화순군이 전남도 2위를 차지했다.

꽤 오래전에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직접 행한 실험이론으로 ‘깨진 유리창’이론이 있다. 기본적인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의 정서를 변화시키면 범죄를 줄이고 치안을 확립할 수 있음을 입증한 이론인데, 미국 80,90년대 볼티모어와 뉴욕 서장이 이 이론을 바탕으로 범죄율을 낮추고 시민의 치안을 확보한 예로 유명하다. 이성순 서장의 따뜻한 경찰행정을 보며 이 이론이 대한민국 화순군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본다.

◆대한민국 경찰의 위상과 수사권 독립 등...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해양경찰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찰의 위상이 하락한 부분이나, 경찰의 중립성 확보부분에 대해서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우선 신속한 대응이 없이 초기 대응에 미흡한 부분에서 국민의 많은 실망을 자아낸 것 같고, 나름대로 경찰의 중립성을 지키면서 한다고 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 미흡한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 나름대로 크고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아주시라 부탁한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해서도 검찰이나 경찰조직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우선 국민들의 권익 보호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는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대민접촉이 더 빈번한 경찰이 수사권이라는 발톱을 독점하게 되는 경우 국민보호를 위해 또 다른 감시가 필요함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전남도는 1인 경찰대비 주민수가 300명대로 적은 인구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런대도 민간경비산업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찰이 늘어남에도 민간경비산업이 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경찰서비스 이상의 서비스를 받기 위한 수요가 점점 많아지다 보니 민간경비산업이 점점 발달하는 것 같다고 한다.

◆화순이 좋아 화순이 자랑스럽다는 이성순 서장

인터뷰를 마치며 이 서장은 화순이 참 좋다는 말을 덧붙인다. 인심도 좋고 산이 많아 아늑한 기운도 느껴지고 단지 경제적으로 활발한 소득원이 없어 힘든 측면도 있지만 광주 인근의 위성도시로서 이런 인심과 환경이 있다는 게 놀랍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가장 선호하고 오고 싶은 도시로서 경쟁률이 치열하다며 화순 부임을 자랑스러워한다.

근 8개월 동안 주민과 함께 하는 경찰행정으로 많은 호응과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서장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화순군민의 치안을 확실히 책임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