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군청 앞에서. 심홍섭 문화재전문위원

문화와 예술이 그저 좋아 거기에만 매진하며 앞으로 달려온 사람이 있다. 바로 화순군청 문화관광과 문화재전문위원인 심홍섭 씨다. 비가 개인 화창한 가을날 1층 민원접견실에서 그를 만났다.

주름 사이사이 인생의 진솔함이 묻어있는 넉넉한 미소를 가진 그는 원래 순천사람이다. 금당고 김덕진 선생님 지도로 미술부에서 활동하면서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어려운 가정 형편 상 미술에 대한 열정을 접어야만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년 동안 농사일을 돕다가 전남대 국문과에 진학했다. 시골의 삶이 고되지만 주어진대로 잘 받아들여 살아가는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보고 그 분들의 삶을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후 헌병대에 복무하면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나뭇잎배>라는 소설을 썼다.

-이렇듯 예술가 기질이 많은 본인에게 문화는 어떤 끈으로 연결되어 있나?
“예술이란 인간의 삶과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내가 글을 썼던 것도 주위 아버지나 큰아버지 삶을 보면서 그 삶이 녹아들어간 글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사람이 있기 때문에 역사가 있는 거고 바로 그 사람들의 흔적인 문화재를 찾아가며 역사를 알아가는 거다.”

-원래는 순천 사람인데 공직생활하면서 문화재로 알게 된 화순은 어떤 곳인가?
“화순은 의인의 고향이다. 물론 예술인도 많으나 의향이 화순의 정체성인 것 같다. 호남 4대 실학자 중 한 분인 규남 하백원 선생은 1884년 삼남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전라감사 서유구의 요청으로 ‘자승차’ 설계도를 제작했다. ‘자승차’는 지금의 자동양수기이다. 늦은 나이에 벼슬길에 천거되었을 때도 그에게 벼슬은 “백성의 이익을 보장하고 구휼하는 일”이었다. 의병장 최경회를 모시고 있는 충의사가 동면에 있고, 구한말 일제에 대항했던 양회일 의병장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양면 계당산 일대의 쌍산의소가 또한 그렇다. 규남 하백원 선생 박물관에서 이번 9월에 기획전시가 열린다.“

-왜 화순에는 문화재가 많은가
“화순은 참 특이한 고장이다. 화순이란 이름은 고려 때 등장했는데, 세 고을 합치다 보니 조화롭고 평화롭게 잘 살라는 의미에서 지어졌나 싶다. 화순의 74%가 산인데 지석강 한 쪽은 평야로 그 강을 중심으로 문화가 구분되어있다. 동복은 섬진강이, 이쪽 화순읍은 영산강이 흐른다. 문화는 강을 중심으로 형성되는데 그 물줄기를 따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

-화순의 문화컨텐츠개발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문화경제권을 형성하여 세계적인 도시로서 위상을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데...화순군청에서 재정적으로 지원을 많이 해주나
“문화는 언제나 중요하고 어떻게 가꿀지는 행정의 몫이다. 일을 지금까지 해왔지만 아쉬움이 많다. 다른 지역의 관광개발과 화순의 그것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밀고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관광객들에게 화순을 소개하기 위한 책자가 있는가
“김연태 부군수의 지시로 전남아카데미에서 제작한 <두근두근 화순여행>과 내가 엮은 <화순의 자랑거리>가 있다. <두근두근 화순여행>은 화순의 문화재만 식상하게 전달하는게 아니라 스토리텔링식으로 화순의 풍운과 정서를 담으려 많이 노력했다. 1쇄 되자마자 호응이 좋아 바로 2쇄에 들어갔었다. 화순군청 홈페이지에 e-book으로 만들어 올리려한다. <화순의 자랑거리>는 화순문화재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설명해놓은 책이다. 그 외에 <화순의 누정>이 있고 곧 <화순의 마을과 사람들>을 발간할 예정이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벨트의 연장선에서 (가)화순문화예술재단을 설립한다고 들었다.
“구충곤 군수의 공약사항으로 내가 기획한거다. 문화재를 담당한 내가 기획한 이유는 지역문화컨텐츠를 개발하려면 화순지역에 대해서 잘 알아야하는데, 문화재를 안다는 것은 그 지역을 안다는 것이고 그 지역을 알지 않고서는 문화예술을 기획할 수 없다. 지역문화예술재단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 안에서 화순문화예술이 기획되어야 하고, 관련 전공자들이 모여 기획하고 실행해야하며 따로 조직개편과 조례제정도 필요하다. 2017년까지 출자금이 확보된다면 화순문화발전뿐만 아니라 화순지역경제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화순군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영조례가 따로 있던데...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문화예술진흥법과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문화예술단체에 조금씩 지원하는 것이고, 화순문화예술재단은 지역문화진흥법 제19조에 근거하여 설립한다. 동법에 의하면 광역단체에서 해야할 일을 지자체에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화순운주사지 세계유산 등재가 작년부터 추진중이라고 들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준비하여 신청하게 되는데, 벌써 그걸 준비한지는 3년이나 됐다. 해마다 세미나, 국제세미나도 하고 그 결과물도 유네스코에 들어간다. 올해 7월에도 했고 하반기에도 개최하려고 한다. 운주사 세계유산 등재로 화순군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문화재 보존관리에도 기여할거라 생각한다.”

-화순문화재의 위치는...
“지역의 유형⋅무형 문화재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없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한다. 그러나 문화재 자체가 화순을 대표하진 않는다. 물론 문화재가 화순의 정체성을 아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 부분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화순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그것들을 한데 어울려야 더 풍성해진다. 그러한 문화 안에 문화재도 존재한다.”

-문화재가 본인에게 주는 울림은 무엇인가
“일단 나는 문화재가 좋다. 가장 좋아하는 화순문화재는 벽나리 대립석불입상(벽나리 민불)이다. 불교문화와 민간문화가 융합되어 세워진건데, 사실 그 입상 자체보다 그 주변이 좋다. 그 입상이 세워질 당시 주변의 논풍경과 잘 어울려져 있는 걸 상상할 수 있다. 논 허허벌판에 하순천 나루터에 하(새우)촌에 있는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목에 입상을 세운거다. 그렇게 일반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 문화재, 그게 좋더라. 특별한 권력자가 만든 것이 아닌, 그때 그 사람들이 같이 세웠던 좀 투박하지만 함께하는 문화가 좋다. 나에게 화순문화재는 그런 울림을 준다.”

심홍섭 문화재전문위원 010-3118-4995

벽나리 민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