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백의 작품 머루포도

독립운동가이자 저항시인인 이육사(李陸史)는 ‘청포도’ 시에서 ‘내 고장 7월은 청포도 익어가는 계절’이라 표현 했는데, 화순능주만인리 ‘둔전포도원’의 ‘9월’은 둔전 김병숙화백의 작품(?)인 ‘둔전김병숙표 포도’를 수확하는 계절이다.

눈 쌓인 지난 2월, 화백 인터뷰를 위한 첫 방문 이후, ‘이모작 인생’ 김화백이 재배하는 포도 맛은 어떠한 맛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두 번째 찾아가는 능주만인리는 누렇게 익은 벼들이 울창한 매미소리와 함께 평화로운 9월의 오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능주 메타 세쿼이아 가로수 길

마을 보호수 회화나무가 기자를 반겨주는 만인회관 앞에 차를 주차하고 카메라와 취재노트만을 들고 골목길을 오르고 돌아, 화백자신의 호(號)를 딴 ‘둔전포도원’에서 만난 화가농부 김병숙화백은, 작년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피해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느라 사비(私費)1,500만원을 투자했는데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해 올해 포도농사는 허탕 친 거나 진배없다고 씁쓸해 한다.

▲만인회관 앞 회화나무

1,200평 규모의 둔전포도원에서는 ‘머루포도’와 ‘켐벨’이 주로 재배하고 ‘청포도’도 양념처럼 심는다.

70을 훨씬 넘긴 노령(老齡)에 농사가 힘들고 후회스러울 때도 있지만, 포도를 자신의 작품으로 생각하며 정성을 다하여 재배한다는 노화백의 모습과 목소리에서는 현실의 고달픔보다는 사군자(四君子)의 지조와 절개, 높은 기상과 품격이 엿보인다.

김화백은, 포도농사 지으면 1년에 쉴 수 있는 달이 1~2개월 정도 밖에 안 되는 힘든 농사라고 말한다.

포도수확이 끝나는 11월 초가 되면, 포도를 생산하느라 고단했던 포도나무가 푸른잎 유지를 좀 더 오래하면서 건강하라는 의미의 감사퇴비를 하고, 겨울 초입으로 들어서 포도잎들이 낙엽 되는 12월에는 잡풀방지를 위해 깔았던 부직포를 거두고 전정을 해주어야 하며, 폭풍한설 1월과 2월 잠시 쉬고 3월이 오면 퇴비를 하고, 3월 중순경 눈(芽)이 나오기 시작하면 관리에 들어가 포도수확철 까지 포도밭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고.

또 포도농사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똑같은 나무에서도 성숙기에 생리장해가 발생하게 되면 상품가치가 없는 포도열매를 맺게 되어 수확에 차질을 빚는다고 한다.

▲둔전포도원

먼저 사진촬영을 하고, 화백에게 ‘둔전포도원 자랑 좀 해보시라’ 청했더니 “자랑할 것이 뭐 있겄소? 친환경 저농약 농법으로 제초제 사용안하고 잡풀방지를 위해 부직포 깔았고, 자동 스프링 쿨러를 사용하여 물을 살포하고,,,,” 정말 자랑이 아니고 그냥 포도농사 어떻게 짓고 있는지만 설명 하시며 평상으로 안내해 포도나 먹으라고 권하신다.

김화백은, 솔직하게 말하면 몇 번이나 포도농사를 그만두고 싶었으나 소유하고 있는 땅에 심겨져있는 포도를 어쩔 수 없어 지속적으로 경작을 해왔는데 세월이 흐르다보니 이제는 ‘포도’가 ‘자식’과 같은 느낌이 든다고.

스스로를 이모작 인생이라며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그림을 그린다는 김화백에게서는 포도에 대한 애정도 그림만큼이나 은근하고 짙게 느껴진다.

마침, 사적(私的)인 볼 일로 포도원을 방문한 전 전남도의원 정완기씨는 “꾸준하게 그림도 열심히 그리시고, 후학양성을 위해 문화원과 화순초에서 강의를 하시면서 힘든 농사도 순수하게 지으시는 선생의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그림과 농사’ 이모작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는 둔전 김병숙화백.
9월에는 김화백의 ‘작품 머루포도’ 먹으며 가을의 낭만도 만끽해보자!

▲이모작 인생사는 둔전 김병숙화백

둔전 김병숙화백:010.3000.7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