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화백

사범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생 99.9%가 미술교사 될 때, 0.1% 전업화가(專業畵家) 길을 택한 조진호 화백.

화가도 사람이다 보니 자신의 본의(本意)와는 다르게, 시대 혹은 개인적 이유로 변질된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정한 화가는 타협하지 않으면서 현실적으로 고독하고 가난하다.

가깝게 한국에서만 보아도 생전에 아무런 주변 도움 없이 자신의 천부적 재능과 순수한 인간성으로 승부 걸면서, 궁핍한 가운데도 자신의 창작본능과 가족 사랑을 글과 그림,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면서 일차적 삶에 만족하며 가난한 이름만 남기고 간 화가들이 있다.

그 전업화가 대표적 인물 이중섭, 박수근....그리고 이름 없는 좋은화가들,,

■꽃을 그리는 마음으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조진호 화백

화순능주원지리에 가면 농협창고를 작업실로 개조해 F.M에서 흐르는 클래식음악과 함께 시골의 한적함을 누리면서, 창작에 몰두하며 후학(?)들에게 그림 지도를 하는 조진호 화백을 만날 수 있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한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입추가 지나서인지 조화백 작업실 근처는 고추잠자리들이 저공비행을 하고, 이름 모를 풀잎들이 미미하게 부는 바람에도 흔들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마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잡초들도 한 낮의 찌는 더위는 견디기 힘든가 보다.

하지만 작업실에 들어섰을 때 벽면을 크게 장식하고 있는 꽃 그림과 군데군데 전시된 또 다른 분위기의 꽃그림들에서 생생한 꽃 향기가 물씬 풍겨옴이 느껴지며 금세 마음에 활기가 돈다.

신기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기자의 눈에 문득 인상 깊게 들어온 건 장식효과와 방음효과를 노린 회색 계란판으로 구성· 마감된 천장이었다.

▲조화백 작업실

▲계란판 천장

■時代의 아픔을 그림으로 구현하는 조진호 화백

대부분의 화가가 그렇듯 조화백 역시 어린 시절부터 그냥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한다.
초등학교 입학 이 후 조화백은 교실 뒤 솜씨자랑 게시판에 자신의 그림을 올리기 위해 막연하게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고3이 되면서 대학진학이라는 현실에 부딪히자 조화백은 미술에 조예 깊은 친구를 따라 미술학원에 다니며 미술대에 진학한다.

자유롭고 거시적인 안목의 삶을 추구하는 조화백은 대학 입학 후, 당시 대학의 주입식 교육형태에 회의를 느끼고 갈등 속에 대학생활을 하다 늦게 군대에 간다.
제대 후 졸업을 위해 복학한 조화백은 5.18 광주 민중항쟁을 맞는다.

1970년대 후반 실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순수예술인 조화백에게 5.18 광주민주항쟁은 비정상적이고 힘 있는 자의 횡포로 보여졌으며 정신적인 충격이었다.

판화로 화단에 데뷔한 조화백은 1930년대 중국 노신(魯迅)이 주도한 ‘목판화운동’ 영향을 받아 80년대의 엄혹한 상황을 끌로 나무를 파면서 내면의 분노를 표출한다.

1984년 광주 아카데미 갤러리에서 선보인  목판화들은 평단의 큰 주목을 받으며 민중미술 계열의 새로운 주자반열에 오른 조화백은, 80년대 후반 수채화에 빠져들기 시작, 수채화의 대가 강연균 화백의 지도를 받으면서 88년에 펼친 수채화 개인전에서 많은 찬사를 받는다.

90년대 들어 조화백은 ‘香’을 화두로 삼고 99년에 `꽃 香'과 `그리움 鄕' 전시회를 열어 꽃 속에서 풍겨나오는 그리운 향기를 흠뻑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잡풀매기, 1989 woodcut

▲잡풀매기, 1989 woodcut

▲망향초, 1993 수채화

▲남도의 봄(나물캐기), 1993 수채화

■‘2012년 5월어머니상’ 수상한 조진호 화백

조화백은 1980년 광주민중항쟁 이후 오월단체들의 기금마련전, 전국농민회, 전교조, 여성단체, 노동단체, 전국연합 등 재야·사회단체의 기금마련을 위한 각종 전시회에 수십 점에 달하는 작품을 기증· 출품한다.
또한 5․18특별법 제정을 위하여 망월동 舊묘역 일원에서 광주통일미술제를 개최하고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광미공)회장을 數次 역임하면서 매년 오월 금남로 일원에서 ‘오월전’을 주도하여 지역 미술계에 오월정신을 크게 함양시킨 공로로, 2012년 5월 오월어머니상을 수상 영예를 안는다.

민중과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내며 묵묵히 자기연마 해 온 조화백에게 어쩌면 당연한 수상이겠다.

▲어머니의 눈물, 1989 woodcut.

■화가는 그림으로 자신을 이야기 한다.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작업에 시간을 쏟고 있는 조화백은 “그림은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매개체이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그림을 정신수양과 마음 정화시키는 의미로 삼으면 스스로 향이 생기고 타인에게 향을 전할 수 있다.”며 조화백 자신은 항상 좋은 향기를 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한다고 한다.

‘향기가 나는 삶을 살고 싶고
향기가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조진호 화백

이미 그런 마음을 지닌 조진호 화백과의 대화행간에서 내면과 외면이 전하는 향기를 느끼며 화백의 작업실을 떠난다.

▲남도의 봄(황토언덕), 2002 수채화

▲남도의 봄(엉겅퀴), 2002 수채화

▲香- 그리움,2006

▲香- 먹 채색, 향기 나는 삶을 살고 싶다. 향기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조진호 화백:010.3162.5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