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부금융협회 양석승 회장

그가 금융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80년대는 정부 주도 금융정책시대에서 시장 중심 금융정책시대로 변하는 전환기였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 갑자기 한국의 금융산업의 현장에 뛰어든 그는 온몸으로 부대끼며 성장을 거듭, 신한은행 임원(부행장)까지 올랐다. 양석승(64)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 국내 금융산업에 '서비스'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며 정통 뱅커로 자리 잡았던 그가 불법 사금융을 양지로 끌어내 서민을 위한 금융회사로 바꾸기 위한 중심에 섰다.그는 2002년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2005년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 및 업계의 가교 역할을 하며 대부 금융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데 매진했다. 그 결과로 지난 2009년 법정기관인 한국대부금융협회가 금감원 산하 10대 협회 중 하나로 설립되면서 회장 직을 맡았다. 올해 연임한 그로부터 금융인으로서의 삶과 고향사랑을 들어보았다. 지난 주말 서울 중구 협회 집무실에서였다.

Q: 어떤 계기로 서울 생활을 시작했나.
A: 1970년 대학 졸업 후 광주시청 5급(현 9급)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학창시절'서울에 올라가서 무엇인가 해봐야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곧바로 서울시청 근무를 자원했다. 야간열차를 타고 올라오면서 이제 꿈을 이뤘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청 근무도 또 다른 지방공무원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총무처를 지원해 중앙관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도 3~4년 근무했지만 내 꿈과는 맞지 않았다. 또 다시 경제부처로 들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를 지원해 근무하기 시작했다.

Q: 신한은행 출범에 참여해 임원까지 승진했는데.
A: 재무부 이재국에서 8년 동안 근무하면서 금융정책을 공부하게 됐다. 이때부터 나름대로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재무부에 근무(총 13년간)하던 중 1982년 신한은행 설립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정부기관 근무 경력이 있는 준비요원 4명 가운데 한명으로 스카우트됐다. 재일동포가 설립한 신한은행은 주로 영남 출신이 약 80% 이상을 차지했다. 호남 출신은 거의 전무했다. 그런 인적 환경 속에서 지점장, 본부장, 임원(부행장)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온 정열을 바쳐 일해야만 했다. 전라도 출신으로서 임원까지 승진한 사람으로는 세 번째였고 조선대 출신으로는 두 번째였다.

Q:  승승장구한 데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을 것 같다.
A: 조직 최일선에서 늘 앞장서 나갔다. 예를 들자면, 1986년 서울 청량리 제기동 지점장으로 근무할 당시 전국 최초로 '동전 구루마'(동전 손수레)라는 것을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고객들이 잔돈을 바꾸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은행을 찾아올 때인데 우리 지점만은 동전을 싣고 직접 나가 시장사람들에게 동전을 바꿔 주었던 것이다. 당시 은행과 고객의 관계에서 은행이 '갑'의 위치에 있던 시절에 처음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작한 셈이다.  신문ㆍ방송이 대서 특필했다. 당시 내 슬로건이 '넥타이 풀고 나가 서비스를 하자'는 것이었다. 시중은행이 서비스를 전제로 한 금융 산업으로 태어나는 계기가 됐다. 나는 은행 내에서 모델케이스가 됐다. 그렇게 해서 여의도ㆍ명동 등 금융인으로 최고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대형영업 점포 지점장을 역임할 수 있었다.

Q:  한대부금융협회가 도대체 무엇인가.
A:  1987년 IMF과정을 겪으면서 2000년부터 개인의 신용등급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다. 이로 인해 약 1200만~1300만 명에 달하는 저신용자들은 은행카드 발급이나 대출도 제한됐다. 급전이 필요한데도 대출 받을 길이 막힌 사람들을 위해 일해 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2009년 5월 법정 협회가 설립됐다. 금융감독원 산하 10개 정부기관협회 가운데 한 협회다. 사금융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 대부업자들을 법적 기관으로 양성화하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협회다.

Q:  고향 사람들과의 교류는?
A: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곳에서 43년간 살고 있는데 친한 고향 사람을 비롯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1994년 재경화순군 향우회장을 맡았고 그 이후에도 광주전남 재경향우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현재 수석부회장이다. 특히 향우회에서 만난 허경만 전 전남도지사(전 광주전남 재경향우회장)는 특히 존경하는 분이다.  최봉인ㆍ김윤중 전 회장님들과도 늘 고향과 관련해 얘기를 나눈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고향사람들끼리 만나면 "야, 너 촌놈 드디어 서울 올라왔구나."라며 반겼다. 그러면서 대단히 응집력이 강했다. 지금은 좀 약해진 것 같다. 70년대처럼 생활이 어렵고 사회 환경이 나쁠수록 향우들끼리의 응집력은 강했던 것 같다. 이제는 생활수준이 모두 평준화 되고 나름대로 능력을 갖추고 외압 등에 의해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적어지다보니 응집력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내 향우회 활동도 시대변화에 맞춰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활로를 찾으려 한다.

Q: 고향에 대한 자부심은?
A:  최근 런던올림픽에서 보았듯이 아직도 헝그리 정신에 의한 돌파력ㆍ의지 등은 역시 우리 고향 후배들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메달 딴 선수 과반수가 고향 후배들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Q:  광주ㆍ전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많은 사람들이 부(富)가 오는 것, 즉 부가 우리고향에도 고르게 분배되는 것을 많이 생각하는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 고향만큼은 고향 그대로 보존하고 관리했으면 좋겠다. 머지않아 산 좋고 물 좋은 고향을 찾아 서울에서 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향의 자연환경을 잘 관리하고 오염되지 않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

Q: 고향에 대한 남다른 추억은.
어렵던 시절 7남매의 장남이다 보니 학교를 다닐 때에도 토요일이면 시골집에 내려가 농사일에 매달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면 힘들게 농사 짓고 일요일 오후면 화순 앵남역에서 기차 타고 남광주역에서 내려 학동 자취집까지 가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광주로 유학 와 자취생활을 했다. 주로 학교 주변인 학동과 서석동이 내 근거지였다. 당시만 해도 학교나 주위가 잘 정비되지 않아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다. 그런 시절 자취생활을 하면서 자립심이 길러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Q: 가족들은.
어머니만 화순 도곡면 월곡리 고향집에 사신다. 월곡리는 양(梁)가들 집성촌이어서 많은 친척분들이 거기에 사신다. 내가 동생들을 모두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냈다. 내 영향을 받아 5남매가 금융계에서 종사하고 있다. 일본 동경대와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동생들도 있다. 동생 한 명이 광주에서 살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다. 내가 '모여라'고 하면 2시간 이내에 모두 내 집으로 집합한다. 이제는 내가 동생들로부터 대접을 좀 받는다. 5년 전 고향에 한옥을 지어 어머니가 홀로 사시고 계시는데 나도 10여 년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려 한다.

양석승 회장 약력
1948년 화순군 도곡면 월곡리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양석승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은 도곡초등ㆍ도곡중을 거쳐 광주 숭의고와 조선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0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광주시청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 총무처ㆍ재무부 등 중앙부처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그는 재무부 이재국에 근무하는 과정에서 금융 등 경제 관련 정책을 접하면서 경제분야에 눈을 뜬다. 이런 인연으로 1982년 신한은행 설립 멤버로 참여해 정통 금융인으로 성장했다. 신한은행 여의도점ㆍ명동점 등 국내 대형영업점 지점장을 두루 역임하며 금융인으로서 승승장구, 전남인으로서는 국내 금융계에서 세 번째로 임원(부행장 상무) 승진의 영예도 안게 된다. 2004년 신한은행을 퇴직한 그는 그해 아프로파이낸셜그룹 부회장, 2005년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 회장, 2007년 (사)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회장을 맡았고 이후 2009년 법정단체인 한국대부금융협회 초대 회장을 맡은 뒤 올해 연임했다. 그는 모교인 광주 숭의고 총동문회 초대 이사장을 맡아 1억 원을 쾌척하기도 했으며 수년째 재경광주전남향우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고향사랑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 동작 협의회장 등 다양한 사회봉사활동도 전개했다.

<전남일보사 제공>

양석승 회장 H.P 011-222-4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