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명기 회장

우리 민족의 생활습성은 원래 천천히, 여유로움, 여백의 미를 추구했었는데, 수많은 전쟁을 겪으며 피난을 다니다 보니 빨리빨리 문화로 민족의 습성이 바뀌었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었다고 기뻐한 것도 잠시, 38 도선을 경계로, 한 민족에 두 개의 국가가 세워지면서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남북은 서로 경쟁하며, 같은 민족이라기보다는 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은 38 도선 전지역에서 총공격을 시작했다. 그전에도 38 도선 부근에서 종종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있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 북한군은 서울을 향해 밀고 내려왔고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어 민족의 아픔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목숨을 던져 국가와 민족을 위해 운명을 같이…
이렇게 시작된 민족의 아픔은 3년간의 길고 무서운 날들의 연속이었으며 이산의 아픔과 함께 수많은 전쟁고아와 굶주림의 잔상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희생을 남겼다. 그 희생 가운데 삶과 죽음의 경계의 한가운데서 치열했던 전쟁에 뛰어든 젊은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무공수훈자회는 국가수호유공자단체로서의 6.25전쟁과 월남전 및 국내 대침투작전 등 국가 위난 시 목숨을 던져 혁혁한 공을 세워 무공훈장을 받은 영웅들과 평생을 국방 및 안보에 투신한 보국훈장 수훈자로 설립된 공법단체이다. 자유민주주의체제의 국가발전에 이바지함과 국가발전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았던 불굴의 영웅들이다. 그들은 국가의 부름 앞에 당당히 적진으로 달려나가 마지막 투혼까지 불사르며 나라를 대표하는 안보역군의 명예와 자긍심을 갖고 있다. 언제든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운명을 같이한 그들이 용감무쌍하게 싸운 것은 충성심의 표출이었다.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한다면 죽을 것이다.’ 6.25 참전 당시 20대의 전명기(84) 회장이 죽음을 각오하고 전쟁에 뛰어들어 마음속에 세긴 글이다. 피한다 해서 사는 것이 아니고 숨는다고 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한목숨 바치리라는 충의이자 의무였다. 전명기 회장의 훈장은 국가와 생사를 같이한 충의의 산물이다.

‘3년 1개월 3일…’
전명기 회장의 기억 속에는 지워지지 않은 숫자가 있다. 바로 6.25 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이다. 6.25전쟁 시작부터 끝까지 3년 1개월 3일 동안 치열했던 전쟁에 참여한 전명기 회장은 전쟁 당시 포항지구 격전지에서 해군으로 예속되어 포항 경비구를 지켰다. 그 후 부산 항만사령부 군수물자 경비와 여수 상륙작전과 순천, 고흥 팔영산 소탕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뒤 해군 본연의 함상 근무를 하는 등 9년 6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해군상사로 전역했다. 참전 당시 삶을 포기했기에 살아남았으며 총탄에 쓰러져가는 전우들을 지켜보며 전우애와 동료애, 의분이 생겨 초인적인 힘이 솟아났다고 회상한다.

전쟁보다도 더 치열한 삶의 현장
젊은 날을 전쟁터에서 희생한 전명기 회장은 전역 후 배운 기술 없이 사회에 뛰어들었다. 마음속에 피멍처럼 진하게 새겨진 군대생활을 잊어버리기 위해 생업에 열중했다. 열정만 가지고 사업을 시작해 실패도 했고, 삶이 평탄치가 않았다. 전쟁보다도 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좌절의 고비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인생의 뒤안길에 접어든 전명기 회장은 어두웠던 인생사를 웃으며 회상하는 여유로움이 생겼다고 한다. 1년 전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하고 고독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활동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고독이 무서운 병이라며 마음을 여유롭게 편안하게 하기 위해 급격한 변화에도 무딘 감각을 찾아낸다.

평화정책, 국가의 의지와 경제력, 경쟁력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인지 세상이 잘못 변하는 것인지” 현대사회에서 6.25를 북침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오산이라고 하는 전명기 회장은 군인의 존재가치와 양병의 목적은 국방을 위함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 공은 안 싸우고 안 이기는 것이다. 군사동맹으로 국교정상화, 군사훈련정보교환 등 평화정책이 그것이다. 두 번째 공은 안 싸우고 이기는 것으로 강한 훈련을 한 군인들이 혁신무기를 갖추고, 국민이 유사시 집결력이 성숙하고 국가의 의지와 경제력이 강할 때 가능하다. 세 번째 공은 전쟁해서 이기는 것이다. 전쟁은 명분이 가장 중요하며 명분이 없다면 백전백패라며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야 평화가 찾아온다고 역설한다.

60년의 세월이 국민의 가슴속에서 6.25전쟁의 애환을 지워버렸다. 살아남은 자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희미한 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 전명기 회장은 초, 중, 고등학생들에게 6.25전쟁과 반공이라는 단어도 생소하다며 북침설에 젊은이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한다. 6.25를 바로 알아야 하며 ‘통일은 반드시 꼭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힘이 들어도 바른길로 가야 한다면서 젊은이들에게 정도로 사는 것을 권장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이 있다.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는 전명기 회장은 많이 알수록 물어서 가면 틀림이 없다며 선현의 가르침과 이웃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길을 빨리 가려는 것이 아니다. 바른길을 가야 한다며 84세의 노병은 힘주어 강조한다.

전명기 회장 HP: 011-649-6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