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주 작가

화순군 이양면 쌍봉사 앞에 소설가 정찬주의 작은 기와집이 있다. 삐뚤빼뚤 대나무를 엮어 만든 사립문 안으로 예쁜 마당이 보인다. 푸름을 자랑하는 마당 사이사이 이름 모를 지초들이 흩어지듯 자라고 작은 연못 앞 사랑채 마루에 산새들이 걸터앉아 지나가는 구름을 붙잡고 산 너머 소식을 전하고 있는 듯 평화롭다.

‘솔바람으로 시비에 집착하는 귀를 씻어 불(佛)을 이루겠다.’
화순군 이양면 쌍봉사 이불재(耳佛齋)에서 12년째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정찬주 작가는 한국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이후 30여 년 동안 주로 불교 소재의 소설과 산문을 집필해 왔다. 작품으로는 『산은 산, 물은 물』,『소설 무소유』,『가야산 정진불』,『인연』,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 등 50여 편이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을 인정받아 행원문학상, 동국문학상, 화쟁문화대상을 수상했다. 조계종 10대 종정을 소설화한 법정 스님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소설 무소유』의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영광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솔바람으로 시비에 집착하는 귀를 씻어 불(佛)을 이루겠다.’는 뜻으로 이불제(耳佛濟)라 이름 붙인 본채에서 정찬주 작가의 차향이 마당까지 손님마중을 나온다. 화려한 서울생활 30여 년을 보자기에 접어두고 조용한 시골에서 솔바람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어 이곳에 텃밭을 일구었다. 여고 교사를 시작으로 ‘샘터사’ 편집부장으로 15년간 근무하면서 성실함을 인정받아 초고속승진의 영광도 맛보았다. 이사승진을 앞두고 직장인으로서 성공할 것인가? 작가의 길을 갈 것인가? 스스로 질문에 답을 찾아 다시 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그 후 성철스님 일대기를 그린 ‘산은 산, 물은 물’이 30만 부의 판매를 자랑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낙향의 도화선이 되었다.

젊은 시절 모포 한 장 들고 쌍봉사에 찾아와 첫 소설을 집필하던 추억을 따라 쌍봉사와 이웃의 인연으로 둥지를 틀었다. ‘시골에 와보니 밤하늘에 별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가 가진 만큼의 빛을 반짝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 모를 풀들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자연이 아름답다.’는 정찬주 작가는 사람도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자기의 위치에서 각자의 삶의 무게만큼 제 몫을 하기에 세상이 아름다워진다고 강조한다. 이름 모를 별, 풀, 바람과 벗 삼아 자연을 닮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글을 생명과 바꿔 읽는 이가 있는데 왜 더 정성스럽게 쓰지 못했을까
깊은 산 속에 자리한 정찬주 작가의 집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언제부터인가 공공의 공간이 되었다. 조용하던 산중 작은 계곡으로 전국에서 모여드는 독자들의 방문이 그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어느 날 암으로 6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독자가 찾아왔다. 그는 정찬주 작가의 ‘암자로 가는 길’을 들고 6년째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며,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해준 작가에게 빈손으로 온 것을 미안해했다. 그러나 정찬주 작가는 글을 생명과 바꿔 읽는 이가 있는데 왜 더 정성스럽게 쓰지 못했을까 하며 본인 스스로 반문의 시간도 가졌다고 한다. 정찬주 작가는 맑은 글을 엮어 사람들을 위로하고 자연을 연모하며 자연에서 글머리를 찾고 있다. 자연과 마주 보며 느끼는 작가의 상상력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 눈길 편안한 글로 인쇄된다.

쌍봉사에는 특별함이 있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어렵게 써진 안내문을 뜻도 모르며 적어내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정찬주 작가가 남녀노소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안내문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범종각 글 공양과 일주문 상량문, 극락전, 대웅전, 지장전 등 정찬주 작가의 글이 쌍봉사 관람의 묘미를 더한다. 계곡물처럼 빠른 시간의 흐름을 따라 바쁘게 살아왔던 그가 젊은 시절의 인연을 돌아보며 쌍봉사를 연모하며 그 곁에 작은 둥지를 틀고 쌍봉사의 중흥을 위해 일조하겠다는 애정 어린 소망을 쌓고 있다.

‘길을 잃었거든 옛 선비들에게 물어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글을 쓰는 정찬주 작가는 문학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눈부신 화순의 문화를 책 속에 담아왔다. ‘길을 잃었거든 옛 선비들에게 물어라’는 정찬주 작가는 조광조, 학포 양팽손, 다산 정약용, 등 선비문화가 많은 화순은 마르지 않는 필력에 힘을 주기에 충분하였으며 ‘하늘의 도’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화순의 선비역사소설 ‘하늘의 도’는 드라마제작을 위해 방송국에서 욕심을 내는 소재로 화순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전도사가 되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정찬주 작가는 문화와 역사의 결합이 상품이 된다고 강조한다.

40여 년 전의 소중한 인연의 끌림으로 낙향하여 12년의 새로운 인연을 쌓아가고 있는 정찬주 작가는 7월 초 정약용을 그린 ‘다산의 사랑’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산 문학의 모태가 화순이며, 다산 정약용이 화순에 남긴 흔적을 소설 속에 넣어 화순군이 문화의 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정찬주 작가는 “자신이 딛고 있는 땅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삼아 시·소설·산문의 결과물을 만들어 외지에 꾸준히 알리는 것은 낙향한 작가의 의무다.”고 말하며 화순인의 몫을 다하는 것이 소명이라 표현한다.

정찬주 작가 HP: 010-5381-3285

▲ 사립문이 정겨운 정찬주 작가 집(이불재)

▲ 손님이 오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사랑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