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암면 김이금(54) 씨

농업의 최 일선에서 힘든 농촌의 현실과 부딪히며 희로애락을 겪고 있는 농민들. 그 중에서도 한발 앞서가는 행보를 보이며 그동안 흘린 땀에 대한 결실을 보고 있는 이들을 찾아 그들의 고민과 꿈, 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앞서가는 농업인’ 여섯 번째 순서로 복숭아에 인생을 걸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도암면 김이금 씨를 만나보았다.

화순군 10대 농특산물 중 하나인 복숭아는 현재 6개의 작목반(화순읍, 도웅리, 춘양용두리, 능주, 도곡도암, 남면천운) 180여 농가가 145ha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어 전남에서 가장 넓은 재배면적을 보이고 있다. 당도와 색깔이 좋아 복숭아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화순 복숭아는 7월 31일 화순복숭아연합회 주최로 ‘제1회 복숭아 품평회’를 준비하고 있어 대·내외적인 홍보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복숭아 농사는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는가?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다 25년 전에 귀농했다. 어머니도 모시면서 소도 키워 부농이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지만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힘들게 장만해 고생하며 소를 키웠지만 88년 소 값 파동으로 실패하고 바로 복숭아로 전환 했다.

남들 다 하는 논·밭 농사를 지어서는 전망이 없다는 생각에 평소 관심 있던 과수 쪽에 눈을 돌렸고, 기후 조건과 소득 면에서 봤을 때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된 복숭아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화순의 경우 능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재배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희귀성 면에서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농사 규모와 소득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16,000㎡ 규모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작년의 경우 10㎏들이 박스 기준 1200~1300박스를 생산했다. 소득은 8천만원 정도 올렸는데 들어간 생산비를 감안했을 때 순소득은 좀 더 낮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올해는 장마 기간이 길고 비가 많이 내려 과실의 낙과가 심한데다 일조량까지 적어 당도도 떨어지고 색깔도 살아나지 않는 등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농사라는 것이 기후나 날씨 등 자연 상태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땀 흘려 일한 한해 농사인 탓에 속상한 것이 사실이다. 8월 10일 경에나 본격적인 수확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피해가 적기만을 바랄 뿐이다.

김이금 씨 농장에 영근 복숭아. 오랜 장마로 인해 올해는 8월 10일경에나 수확할 수 있다

복숭아 재배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논농사는 먹을 식량만큼만 짓고 나머지는 복숭아 재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보통 과수농사라고 하면 쉬운 일인 것처럼 생각들 하지만 한 번의 수확을 위해 1년을 꼬박 땀 흘려야 하는 힘든 일이다.

12~1월경에는 지력을 높이기 위해 퇴비를 넣고 1~3월까지는 가지치기에 매달린다. 시골에는 알다시피 인력이 없어 아내와 단둘이 하다 보니 잠시도 쉴 틈 없이 바쁜 것이 사실이다. 꽃피기 전에 약치기, 꽃 솎아주기, 열매 솎아주기, 수확하기 등의 일은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잘 하는 일이지만 사람이 없어 오롯이 아내와 나의 몫이다.

복숭아 품종은 도암, 도곡 대부분이 ‘대옥계’나 ‘경봉’ 같은 중·만생종을 재배하고 있는데 수확 시기가 8월 초·중순이라 당도가 높으면서도 무르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전에는 조생종도 키웠었는데 나무 수명이 다해 이번에 새로운 품종으로 갈아 심었다. 앞으로 4~5년 후에나 소득을 기대할 수 있어 당분간은 수확량 감소를 감수해야만 한다.

아내인 손영례(50) 씨

20년 넘게 복숭아에만 매달려 노하우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
그동안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많은 교육을 받았었다. 특히 2005년 조직된 ‘복숭아농업연구회’ 일원으로 활동하며 한 달에 한번 개인별 과제 발표를 하는 등 복숭아 전반에 관해 연구하는 노력을 해왔다.

전국의 선진지 견학을 통해 얻은 경험과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몸으로 체득한 노하우는 사실 나의 가장 큰 힘이다. 지금은 센터 등에서 하는 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나 나름대로 연구해서 하는 수준까지 왔다.

만약 새로운 귀농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복숭아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미 복숭아 연구회와 연합회가 만들어져 있어 복숭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화순의 많은 농가들이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어 초기 정착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현재 하고 있는 복숭아 농사를 내실 있게 다져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주위의 복숭아 농가와 협력해 품평회를 열고 나아가 이를 축제 차원으로 승화시켜 화순과 화순복숭아 발전에 일조하고 싶다. 아울러 15년 전부터 제초제 등을 전혀 쓰지 않는 친환경 농법을 실천해오고 있는데 앞으로도 눈앞의 이익보다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

에필로그
김이금 씨는 농촌의 심각한 인력난에도 아랑곳 않고 20년이 넘게 묵묵히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는 농촌의 참 일꾼이자 선도 농업인이다. 경상도 등 타 지역의 복숭아가 광주·전남 시장을 잠식 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뚝심 있게 자신의 일을 해내며 화순 복숭아 농가에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아내와 자신 중 누구 하나 아플 경우가 가장 큰 고비라고 말하는 그는 복숭아가 화순 10대 농특산물에 선정되면서 받게 된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화순군이나 정부에서 심각한 일손부족 문제를 원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이금 :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 / 휴대폰 011_606_9262

장맛비로 인해 떨어진 과일을 수거했다. 올해는 낙과 피해가 많이 발생 했다.

기계를 보관하고 복숭아 선별작업 등을 하는 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