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면 신석리 오재이(49) 씨

농업의 최 일선에서 힘든 농촌의 현실과 부딪히며 희로애락을 겪고 있는 농민들. 그 중에서도 한발 짝 앞서가는 행보를 보이며 그동안 흘린 땀에 대한 결실을 보고 있는 이들을 찾아 그들의 고민과 꿈, 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앞서가는 농업인’ 세 번째 순서로 청풍면 신석리에서 70ha의 농사를 지으며 대농의 꿈을 키워 가고 있는 오재이(49) 씨를 만나보았다.

언제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 했나
80년대 초 스무 살 무렵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집안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이 농촌에 남아 농사를 짓게 만들었다. 당시엔 농사지으면 밥도 못 먹는다며 다들 도시로 나가던 때였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손에 쥔 거라곤 아버지께서 남긴 논 몇 마지기가 다였지만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땅을 불려가기 시작했다.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였지만 도시 사람들 보다 몇 배는 더 잘살아야 된다는 것이 당시 나의 욕심이었다. 그런 욕심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 같다.

지금 농사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가
벼농사가 63ha, 밭농사가 7ha 정도 된다. 논은 영암 미암면 간척지에 대부분 있고 밭에서는 주로 더덕을 재배하며 소득을 올리고 있다. 85년부터 농업기반공사의 지원을 받아 논을 사들이기 시작하다 2004년도에 영암 간척지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게 되었다.

간척지 논의 총 가격이 45억 정도 됐었지만 처음엔 10%만 납부하고 나머지는 3년 거치 20년 상환의 조건으로 매입하게 되었다. 원래는 3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이었지만 작년에 20년으로 상환기간을 늘려줘서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

1년 소득은 어느 정도 되는가
작년의 경우 쌀 판매가가 좋아서 6억 정도의 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할부금이며 들어간 생산비 등을 제하고 나니 1억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초기시설자금이 높아서 순소득이 낮은 부분은 내가 안고가야 할 문제지만 자부담을 높여 순소득을 높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나마 더덕 농사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더덕에서 나온 이익금으로 논들을 사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과잉생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일반 더덕보다 향이 좋고 상제품인 산더덕 재배로 차별화를 시도해보고 있다. 화순군의 특화상품에도 포함이 돼있어 전망은 밝다고 본다.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는 무엇 이었는가
88올림픽이 열린 해에 소파동이 있었다. 당시 축사를 짓고 많은 소들을 키웠었는데 전공이 아닌 부분에 눈을 돌린 것이 큰 피해를 보게 했다. 워낙 후유증이 커 모든 걸 포기하고 2년 동안 광주에 나가 도시생활을 했었다.

그러다 농업기반공사에서 논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청풍면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 소 파동 때 입은 손해가 두고두고 후회스러웠지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인력부족과 금전적인 부분이다. 인력부족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영농자금 문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벼농사는 1년에 한번 수확하는데 그 전까지 들어가는 생산비가 만만치가 않다. 현재는 자금 압박을 받지 않도록 농신보(농어민신용보증기금)의 한도를 높여 주는 게 급선무이다. 농신보에서 보증을 서주면 담보나 보증인 없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가 있는데 한도액이 대농과 소농에 일괄적용 된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많은 농업인들이 비싼 사채를 끌어다 써서라도 초기농사자금을 확보하기도 하는데 이는 결국 제 살 깎아먹는 결과를 가져온다. 대농들에 맞게 단기간이라도 자금지원을 해줘야 하며, 이 문제는 화순군에서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본다.

현재 농촌의 문제는 뭐라고 보는가
우리 마을의 경우 일흔의 어르신이 이장 일을 맡아보고 있는데 마을에서 두 번째로 젊은 축에 속한다. 농촌 고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돌아오는 농촌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마디로 말하면 역부족이다. 도시에서 100만원 벌던 사람이 농촌에 와서 50만원을 벌어도 살 수는 있다. 문제는 그러한 수입마저도 꾸준히 올리기 힘들기 때문에 다시 나가버린다. 귀농자 수에 의미를 두지 말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농촌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이다. 앞으로는 농사가 전문화와 대규모화 체계를 갖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벼농사의 경우에는 1ha단위로 경지정리가 이루어져 수리안전답 중심으로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소규모의 인력으로 대규모의 농사를 짓는 기계화 시대가 가능하게 돼 도시의 소득을 뛰어 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또한 화순은 청정지역이라 친환경농업을 하기에 입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화순군 전체를 무농약 이상의 친환경지역으로 특화한다면 화순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농촌의 어르신들은 새로운 시도를 꺼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화순군에서 정책적 대안을 가지고 강력하게 밀어붙인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에필로그
오재이 씨는 현재 오천석꾼에서 농지를 더 확보해 만석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산더덕법인을 설립해 청풍면의 소득증대를 높이고자 분주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가난한 농부에서 출발해 대농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그는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을 맺고 앞서가는 농업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