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52) 화순버섯개발 대표

농업의 최 일선에서 힘든 농촌의 현실과 부딪히며 희로애락을 겪고 있는 농민들. 그 중에서도 한발 짝 앞서가는 행보를 보이며 그동안 흘린 땀에 대한 결실을 보고 있는 이들을 찾아 그들의 고민과 꿈, 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앞서가는 농업인’ 두 번째 순서로 대단위 버섯재배로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는 화순버섯개발 대표 김용신 씨를 만나보았다.

＃나는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일 한다
김용신(52) 씨는 남들 다 쉬는 휴일 날이 가장 힘들다. 직원들이 쉬는 날에도 버섯들은 계속 자라기 때문에 혼자서 모든 일을 도맡아야 해서다. 그의 근무시간은 언제나 새벽 5시부터 밤10시까지. 보통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일인데도 그러나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버섯재배를 시작한 후 아직까지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해 갚아야 할 빚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이루어야 할 꿈도 있다. 빚과 꿈이 그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스스로 내성적이라고 말하는 그의 우직한 삶속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Interview - 도시에 살다 귀농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계기는 무엇인가
광주상고를 졸업한 후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입사해 18년 동안 일했어요. 그때 당시 연봉4천5백만 원을 받았었는데 농사를 지으면 그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란 자신이 들더군요. 자신감 하나 믿고 98년 고향인 남면에 귀농했지만 곧바로 큰 오산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청사진만 있을 뿐 꿈을 실현시킬 구체적인 방법이 부족했던 것이죠. 귀농한 때부터 2002년까지 돈도 많이 까먹고 참 고전을 많이 했습니다.

서울 생활 할 때는 왜 농촌이 못사나 했는데 직접 와서 겪어보니 뼈져리게 실감이 들더군요. 뭔가 해볼려고 하면 할수록 빚만 점점 늘어가는 현실을 보며 좌절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2003년 종전의 느타리버섯 재배에서 병 버섯 시스템을 도입해 새송이버섯으로 바꾸면서부터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화순버섯개발을 운영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한마디로 새송이버섯을 길러내는 곳입니다. 2003년 대출받아 총 12억을 들여 버섯재배공장을 지었어요. 그 전까진 느타리버섯을 재배했었는데 병충해문제가 심각해서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병충해가 오더라도 확산되지 못하도록 병 버섯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이는 유리병 하나하나에 버섯 종균을 심어 재배하는 것을 말합니다.

버섯재배 방식은 어떻게 되는가
현재 공장 시설은 크게 배양실과 생육실로 나뉩니다. 버섯종균을 유리병 안에 심어 35일 동안 배양실에서 키운 후 생육실로 옮겨 18일 후면 수확을 하게 되요. 만약 재배농가에서 종균을 분양받아 키울 경우 20일 안에 현금화가 가능할 정도로 버섯은 농산물 중에서 자금회전이 가장 빠른 편에 속합니다.

김용신 씨가 배양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 버섯생산량과 가격대는 어느 정도 되는가
현재 1일 기준 8천병을 생산하고 있어요. 8천병이라면 병 하나에서 두 개가 자라니까 새송이버섯 만육천개를 말합니다. 그러나 종균생산은 만오천병에 달해 재배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10동의 재배사를 더 지어야 생산되는 종균량을 소화할 수 있는데 화순군에서 보조를 받아 겨우 1동만 지을 계획에 있습니다. 자금력이 없기 때문이죠.

가격은 2kg단위로 포장되는데 박스 하나당 7천 원 정도 받고 있어요. 주로 서울 지역에 납품을 하는데 상품을 지속적으로 대량 공급한다는 이유로 비교적 높은 가격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생산 시기가 불규칙한 소농가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소규모 버섯재배농가는 생산비를 건지지 못해 점점 감소하는 대신 대규모 버섯농가는 증가추세에 있어요.

연간 소득은 어느 정도 올리고 있는가
생산비와 인건비를 제하고 나면 월 천만 원 정도를 손에 쥐는 편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억대농업인인 셈이죠. 그러나 초기 시설비가 많이 들어가서 귀농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빚을 다 갚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인력난이 가장 어렵습니다. 15명의 직원으로 운영할려니 벅찬 게 사실이에요. 다들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정작 농촌에 와서는 일을 안할려고 하잖아요. 특히 화순군에서 하는 일자리창출 사업에는 사람들이 몰리는 반면 우리 같은 버섯공장은 사람이 없어 허덕이고 있습니다. 참 씁쓸한 일이죠.

귀농해서 지금까지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있는가
2006년에 보조금 문제와 면세 문제로 고소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치욕적인 일이었어요. 결국 무혐의 판정이 났지만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고향인 남면을 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공장을 들고 갈수도 없는 노릇이더군요. 그 여파로 1년여 동안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그 일이 아니었다면 버섯재배에 있어 지금 단계를 훨씬 뛰어 넘었을 겁니다.

수확한 새송이버섯과 포장된 상품들. 2kg단위로 포장한다.

앞으로 버섯재배의 전망은 어떤가
버섯만큼 깨끗한 식품도 드물다고 봅니다. 성장기간이 짧아 약을 치고 말고 할 시간도 없으니까요. 우리 밥상에 오르는 먹거리 중 맘 놓고 먹어도 좋을 음식 중 하나일겁니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버섯 소비는 계속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그러나 버섯재배는 소규모로 해서는 답이 안 나오는 것 또한 사실이에요. 생산비 건지기도 힘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대형화로 나갈려면 초기 시설비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빚을 안고 출발 할 경우 차후 이익을 내더라도 돈을 손에 쥐기는 커녕 점점 빚이 늘어날 수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화순군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지금도 버섯이 화순군 10대 특화상품에 들어가 있어 다방면의 지원을 해줘서 고맙긴 하지만 좀 더 확대해 줬으면 합니다.

에필로그
김용신 씨는 우리나라에서 버섯하면 김용신이 떠오를 수 있을 만큼 버섯재배에 있어 큰 획을 긋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일환으로 산양삼 찌꺼기나 산죽 성분을 첨가해 새로운 버섯을 길러내는 시도를 계획하고 있을 만큼 자신의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현재 화순군 버섯연합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 씨는 올 1월 전남도지사 표창을 포함해 2003년부터 다수의 상을 수상할 정도로 앞서가는 농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채찍질을 하고 있는 김용신 씨. 갈수록 힘들어 지는 농촌의 현실에서 그는 성공한 귀농인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남면 원리에 위치한 화순버섯개발 전경

배양실에서 웃자란 종균을 긁어내는 과정

생육실에서 7일이 경과한 새송이버섯. 발육을 위해 2개만 남겨 놓고 솎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