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욱 숲정이 공부방 시설장.

“농촌이라고 환경 탓만 할 수는 없지요. 이제는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지역이 나서야 합니다. 숲정이 공부방은 그런 뜻에서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만든 곳입니다.“

지난해 7월 도곡면 천암리에 작은 공부방이 생겼다. 수업료는 없다. 하지만 국어와 수학, 원어민영어교육, 한문, 일어, 무용, 대금까지 가르친다. 간식에 저녁까지 준다.

홍경욱 시설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숲정이 공부방은 농촌에서 산다고 아이들 교육을 포기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한 학부모들이 스스로 아이들 교육에 나서면서 만들어졌다.

숲정이 공부방 선생님과 도우미들은 모두 순수 자원봉사자들이다. 나의 작은 희생과 봉사가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촌지역 아이들에게 힘이 된다면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는 생각으로 모였다.

숲정이 공부방이 생기면서 학교수업을 마친 후 각자의 집에서 컴퓨터나 TV에 열중했던 아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 공부는 물론 특기교육, 감성교육까지 받고 있다.

홍경욱 시설장은 “내 아이 뿐 아니라 주변의 아이들도 잘 자라야만이 결국에는 내 아이가 행복하고 잘 클 수 있다고 생각 한다”며 숲정이 공부방은 또래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고 공부하며 농사일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봐주는 지역아동센터라고 설명한다.

학교가 끝난 후 특별한 할거리가 없이 지루해 하던 아이들이 공부방을 다니면서 활기를 띄어가는 모습은 홍경욱씨를 비롯해 숲정이 공부방 운영에 참여하는 모두의 보람이다.

하지만 제대로된 시설을 갖추지 못하다보니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설상가상 얼마전 공부방으로 사용하던 집의 주인이 갑자기 공부방을 비워달라고 하는 통에 공부방에 다니는 37명의 아이들이 갈 곳을 잃었다.

다행히 도곡초교 교장선생님의 배려로 사택을 공부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공간이 좁아 꾸준히 해왔던 대금이나 원어민영어교육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얼마전 지역인사 한분이 자신의 땅을 공부방부지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줘 힘이 났다. 부지가 있으니 건물만 지으면 될 터. 하지만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운영하는 공부방이다보니 자금이 있을 턱이 없어 모두가 고심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자녀를 위한 일이기에 십시일반 어찌어찌해서 3백만원의 자금을 마련했지만 공부방을 짓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홍경욱씨는 잘 될 거라며 웃는다.

지역의 아이들을 지역사회와 학부모가 힘을 모아 키우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이상 농촌교육에도 희망이 있고 공부방 문제도 잘 해결되리라 믿는 것이다. 그녀는 숲정이 공부방이 아이들의 공부는 물론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역문화센터로 자리잡길 바라며 오늘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부방을 찾는 아이들을 돌보며 분주한 손길을 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