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최고의 떡을 만들겠다는 당찬 도전을 시작한 남미례씨와 최재민씨 부부.

지난해 5.31지방선거 당시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위해 마련된 공직선거법을 외면하고 남성 군의원에게 비례대표자리를 내준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잘못된 처사라며 민주당을 비난했던 남미례(51) 민주당 화순지역위원회 여성부장.

그녀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중앙당을 찾아가 강하게 항의하는 등 분노하다가 민주당에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며 결국 오랫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떠났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화순최고의 떡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남미례 연양떡집 대표

남미례씨는 남편 최재민(53)씨와의 결혼이 ‘얼떨결에 이뤄진 필연’이라고 말한다. 그녀네 앞집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던 최씨와 오빠동생하며 지내다가 가을나들이를 떠난 곳이 최씨의 시골집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찌어찌하다가 날이 갔고 아들이 며느릿감을 데리고 왔다며 시부모님이 신방을 꾸려 둘을 한방에 밀어 넣은 것이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녀가 최씨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집안이 발칵 뒤집혔었다고 술회한다. 곱게 키운 큰 딸, 훨훨 세상으로의 날개 짓을 막 시작하려던 딸이 느닷없이 나이든 부모와 어린 동생들이 줄줄이 딸린 8남매의 장남과 결혼하겠다고 했으니 오죽했으랴. 집안의 반대가 심했지만 그녀는 “최씨의 건강하고 성실함을 믿는다”며 부모님을 설득해 결혼, 시댁인 동면 운곡마을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결혼하고 2년여가 지나자 시댁살림이 눈에 들어왔다. 식구는 많은데 예닐골마지가 농사짓는 것으로는 먹고 살기가 너무 빠듯했다. 시댁이 지고 있던 빚도 상당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집안을 일으켜야겠다고 결심, 가족들을 설득해 ‘빚 갚기 운동’을 시작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시동생들을 부산의 공장에 취직시키고 이들의 월급을 모아 빚을 갚아 나갔다. 시골집과 논밭을 정리한 150만원으로 화순읍에 집을 얻고 경운기 한 대를 사 남의 집 논을 갈거나 벼나 보리베기를 하는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요즘으로 따지면 위탁영농을 시작했던 셈. 남편혼자 하기보다는 둘이 같이 일하는게 낫겠다 싶어 남편을 거들며 만삭의 몸으로 밤 12시까지 일한 적도 많았다.

경운기에 이어 트랙터를 사고 기계가 두 대가 되고 맡은 일만큼은 야무지게 해낸 덕에 일이 늘어나자 그녀도 경운기며 트랙터를 몰며 남편의 일을 거들었다. 일이 없는 겨울에는 포장마차를 하며 살림에 보탰다. 그렇게 억척을 떤 덕에 굴삭기도 하나 더 구입하고 연양리 정미소도 인수했다.

30년전의 빛바랜 결혼사진, 곱다.

자연스레 떡집도 시작했다. 그녀는 떡 만드는 것을 따로 배운 일도 없는데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맛있는 떡을 만들었다며 웃는다. 하지만 일이 많아지면서 그녀의 몸이 자꾸 축나자 그녀의 건강을 염려한 남편의 강권에 의해 6년여만에 떡 만드는 일은 그만뒀다.

정치참여는 우연이었다. 96년이던가, 길에 걸린 ‘무등산환경대학’ 개강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고 지인에게 그곳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고 그이를 통해 화순환경연합을 알게 됐다. 환경연합활동을 하던 중 간부 중의 한명이 선거에 출마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것.

하지만 정치를 통해 사회를 바꿔보고자 했던 그녀의 야무진 꿈은 이뤄지지 못했고 딱 한번만 해보겠다고 약속한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정치권을 떠난 것이다.

남미례씨는 스스로를 ‘일단 시작하면 야무지고 똑소리나게 하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지만 아니라고 생각할때는 과감하게 그만두는 것이 그녀다. 시동생 넷을 뒷바라지해 결혼까지 시키고 집안을 지금처럼 일으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를 ‘여걸’이라고 부른다.

이제 그녀는 ‘연양떡집’을 통해 그녀만의 색깔이 담긴 ‘퓨전떡’만들기에 도전한다. 화순최고의 맛을 내는 떡, 그녀만이 만들 수 있는 떡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체계적으로 떡에 대해 배우지는 않았지만 수년간 떡을 만들었던 경험과 할 수 있다는 자신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도전,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을 믿기에 이번에도 해낼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그녀의 당찬 도전이 성공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