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1(금) 09:10
|
화순 동면 천운산에 들어설 블랙스톤 골프장의 총괄본부장이면서 광주 무등마라톤클럽 기술지도위원장인 공철준씨. 보통사람의 눈에 그의 마라톤사랑은 이해하기 힘들다. 공철준 본부장은 마라톤은 연습을 하면 한만큼 성적이 나오는 자기만의 고독한 싸움으로 마라톤만큼 진솔한 경기가 없다고 말한다.
공철준 본부장이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99년 무렵이다. 당시는 호남지역에 마라톤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였다. 9년여 동안 참 많이도 달렸다. 42.195km 마라톤 풀코스만도 46회를 완주했다. 22km를 달리는 하프는 하도 많이 뛰어서 몇번이나 완주했는지 세는 것을 중단한지 오래다. 100km이상을 달리는 극한의 스포츠인 울트라마라톤만도 16번을 완주했다.
지난 3월에는 매주 쉬지 않고 각종 대회에 참가, 한달동안 350km를 달렸다. 3월 1일 광주에서 열린 3.1절 마라톤대회 풀코스를 시작으로 11일에는 장흥정남진마라톤, 18일 동아국제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25일에는 진도산악마라톤에 참가해 산길 25km를 달렸다. 26일에는 제주도로 날아가 울트라 200km를 30시간 만에 완주하는 괴력을 보였다.
특히 동아국제마라톤에서는 2시간58분대로 완주하면서 두번째 서브-3(풀코스를 세시간안에 완주하는 것)를 달성했다. 그가 기록한 풀코스 최고 기록은 2시간 51분이다.
공철준 본부장은 화순고인돌마라톤대회에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참가했다. 올해도 22km 하프코스를 달렸다. 넓지 않은 도로 양쪽에 늘어선 녹음 가득한 메타쉐콰이어의 향기를 맡으며 달리는 화순고인돌마라톤 코스를 달리면 기분이 상쾌하기에 매년 빠짐없이 참가한다는 설명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두고 “제일 나쁜 조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가 특히 100km 이상을 쉬지 않고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을 좋아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는 마라톤 중에서도 울트라마라톤 매니아다. 마라톤 자체가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지만 울트라마라톤을 유독 인내와 끈기,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요구한다.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칠흙 같은 밤길을 쏟아지는 잠과 싸우며 길을 잃고 헤매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완주했을때의 쾌감과 희열은 보통의 하프나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에 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울트라마라톤을 즐긴다.
|
지난해에는 제1회 동서화합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대구에서 광주까지 215km를 37시간만에 달려 3위를 차지했다. 푹푹 내리쬐는 여름햇볕과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지열에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껍질이 벗겨지며 피가 줄줄 흘렀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 완주한 것이다.
그는 스스로 "경지를 넘어선 것 같다"고 말한다. 달리면 달릴수록 몸이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힘이 솟는단다. 그는 그 이유를 ‘즐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힘들다고 해서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마라톤, 그러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면 되지 않겠는가.
기록에 연연하기보다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다보니 하나도 힘든 줄 모른다는 설명이다. 달리다가 힘이 들면 걷기도 하고 시원한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그러다가 한숨 푹 자기도 하면서 코스를 달리다보면 주변에 스치는 모든 풍경이 아름답고 새로운 힘이 솟는다. 이런 즐거움이 가능하다는 것이 울트라마라톤의 매력이다. 그래서 그는 울트라마라톤을 유독 좋아한다.
그는 오는 6월 빛고을 100km 울트라마라톤대회와 철인3종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해남에서 판문점까지 622km를 6박7일동안 달리는 국토종단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하려고 한다.
하도 많이 달리다보니 하프나 풀코스를 달리는 것은 “이정도 쯤이야”하는 생각이 들고 웬만한 울트라코스도 자신 있기에 더 큰 도전을 꿈꾸는 것이다. 그저 달리는 것이 좋고, 달리면서 스쳐가는 온갖 풍경을 즐기는 것이 좋아서, 그리고 전국의 달림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서 그는 끊임없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