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삶
김대진(45)은 화가다. 노래도 부른다. 기타․하모니카․대금도 다룬다. 차(茶)도 덖는다. 또한 황토집도 척척 짓는다. 그는 경계가 없다. 그저 자유롭다. 이제껏 삶이 그랬고 예술이 그랬다.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았다. 사랑도 하였다. 지루한 인생은 살지 않았다. 그래서 행복하다.

연기향 표지목과 김대진의 아내 김도진

김도진(45)은 김대진의 아내다. 한때는 잘나가는 건축쟁이였다. 패션도 일가견이 있다. 차(茶)도 잘 덖는다. 욕도 잘하고 싸움도 잘한다. 또한 음식 솜씨는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른다. 돌집도 짓었고, 황토방도 짓었다. 사랑도 하였다. 지루한 인생은 살지 않았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래서 김대진과 김도진은 부부이다.

안양산 자락 꾸리봉 기슭 달빛 아래 연기향엔 대금 고유의 청소리가 울려퍼진다. 연기향은 김대진과 김도진의 삶터이자 예술적 공간이다. 동면 복암리 꾸리봉 아래에 터를 잡고 닦은 지 3년 만에 연기향으로 들어와 자연과 어울리면서, 때론 부대끼면서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다. 연기향은 접근하기에 불편한 곳임도 불구하고 김대진․김도진 그들의 벗들로 항상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술과 예술 그리고 인생의 쓸쓸함과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김대진․김도진과 그들의 벗들이 함께하는 터전은 아직도 공사중이다.

이야기 하나_ 내 삶은…

김대진은 미술․음악․건축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더욱 종잡을 수 없는 건 그림, 노래, 악기연주, 건축 등도 ‘그냥’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예술인? 그것도 좋죠. 그래도 화가로(불리는 것보다) 인정받고 싶죠.” 긴 머리카락을 뒤로 단정히 묶고 개량한복 차림에 하얀 고무신, 왼쪽귀에 매달린 큼직한 링 귀걸이. 참 재밌다. “대학 때도 항상 이렇게 다녔어요. 청바지는 꽉 껴서 못 입겠고, 머리카락은 자꾸 잘라야 되니까 귀찮아서 아예 묶어 버렸지. 감고 나면 개운하고 얼마나 좋은데.”
그의 그림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많다. 실제로 소나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변함 없는 모습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는 것만큼 재밌는 게 없어요. 지금 하고 있는 여러 활동들도 마찬가지죠. 뭘 좀 한다고 티내려는 건 아니에요. 그냥 내 삶의 방식이죠.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뿐 이예요.”


이야기 둘_ 내 아내 김도진은…

그는 아내 김도진(45)과 대학 때 만났다. 아내는 처음엔 단지 친구였다. 정말 멋진 친구.
“성격이 괄괄해 마치 남자 같잖아요. 아, 멋지다고 생각했죠. 친구로 지내면 정말 좋겠다고. 근데 나중에 이 친구가 한창 선을 보고 다니는 거예요. 어찌나 화가 나던지. 만나서 이마로 얼굴을 냅다 들이받았죠.”
황당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사랑고백이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이 우스꽝스런 프로포즈(?)로 결국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실로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다.
“참 많이 이해해줘요. 여전히 동생 다루듯 하지만 그 맘 충분히 알죠. 또 제가 아내 말은 무척 잘 듣거든요.(웃음)”
그와 아내는 마치 오랜 친구 같다. 그런데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서는 사랑이 묻어난다. 그들은 이렇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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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소리 여울지고

글 김두경

구름 한 자락 부여잡고
뜨거운 가슴, 떨리는 입술로
십삼 혈, 열린 구멍마다
어깨 흔들어 영혼을 불어넣으면

동굴 속 참선 중인 바람의 정령
천년 가부좌를 풀고 일어나
잃어버린 세월의 한
마디마디 꺾인 선율을 타고
산과 들, 너와 나
모두 하나 되어 흐르는
강물이 우는 소리

가야금 줄은 끊어지고
육신을 태워 홀로 우는 산조 가락
적송 굽은 가지 위에 단정학 한 마리
긴 소매자락 치켜들어
너울너울 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