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금학 김용휴 선생'

동면 구암리 선암사 맞은 편에는 '금학재'라는 작은 글방이 있다. 그곳에는 화순의 자연과 사람들의 소박한 인심이 좋아 7년째 화순에 터를 잡고 사는 금학 김용휴(62) 선생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규장각’이라는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김용휴 선생은 1980년대 광주에서 규장각 출판사를 운영했다. 규장각에는 돈에 연연하지 않고 먼 훗날 들쳐보아도 감동이 살아있는 좋은 책을 만들고 싶은 선생의 꿈이 담겨있다. 선생은 지방에서 만든 책이지만 정말 책다운 책, 어느 곳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만들고 싶어 출판사를 시작했다.

선생은 좋은 책일수록 출판사로서는 ‘위험한 시도’라고 말한다. 아마 흥미위주의 책을 만들거나 여느 출판사들같이 인쇄에 치중했다면 많은 돈을 벌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규장각의 자존심이 담긴 책다운 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뜻을 품고 처음 만든 책이 ‘어린이 문학세계’였다. 어린이문학세계는 많은 돈을 들여 만들었지만 17호를 끝으로 빚만 남기고 발간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좋은 책을 만들어야한다는 욕심은 버릴 수가 없어 출판 일을 계속하면서 책다운 책, 규장각에서 만든 책은 믿을 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김용휴 선생은 자신의 욕심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김용휴 선생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과거 우리 땅에 살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각 지방마다 각기 다른 삶과 기질, 의식주를 비롯한 생활상 등의 향토역사를 기록하고 싶은 꿈이다. 이를 위해 8년여간 전국을 누볐고 방대한 양의 자료를 모았다. 그는 언젠가 전국의 향토역사가 기록된 책을 만들어 귀한 자료로 남기고 싶다고 한다.

전국 곳곳을 누비면서 역사적 고증을 거치지 않은 채 세워진 잘못된 안내판이나 원래의 의미를 퇴색시킨 채 주먹구구식으로 보수된 문화유산을 볼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하는 김용휴 선생. 그래서 기회만 된다면 화순관내 문화재 등에 세워진 안내판들을 역사적 고증에 맞게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담아 고치는 일을 하고 싶다.

김용휴 선생은 내가 사는 고장의 역사도 바로 알지 못하면서 나라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를 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 그는 우리의 향토문화를 사랑하기에 후손들에게 올바른 우리의 향토문화를 알려주고 싶어 고달프지만 전국을 누비며 지금도 그 고장의 숨겨진 역사를 찾고 그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