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간 이장직을 해온 최현섭씨

화순읍 향청리 최현섭(75세)씨는 반평생이 넘는 시간을 마을이장으로 보냈다.

최씨는 29세이던 1959년부터 시작해 지난달 26일까지 47년 동안 ‘이장’으로 생활했다.

최현섭씨는 당시 마을에 젊은이가 드물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부락 주민들의 권유로 이장일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물론 47년간 쭉 이장 직을 맡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 14년간 이장으로 있다가 가정형편상 이장 직을 그만뒀다.

하지만 다시 이장을 맡아 달라는 마을주민들의 권유로 그만둔 지 6개 월 만에 다시 이장 직을 맡게 됐다.

지금이야 얼마의 이장수당이 나오지만 그 당시에는 이장 수당이 아주 적어 선뜻 나서서 이장을 하겠다는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마을이장이 몇 번은 바뀌었을 법한 긴 시간을 최씨 혼자 이장 직을 맡은데 대해 최현섭씨는 보수를 따지지 않고 오직 마을주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생각하며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이 자신을 믿고 따라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최현섭씨는 주민들로부터 나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이장 직을 해 왔던 그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한편 뿌듯하고 한편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최씨는 이장으로서 마을주민들을 위해 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고 술회한다.

하지만 향청리 마을이 다른 마을과 달리 본토인이 별로 없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상업에 종사하고 있어 불우이웃돕기나 적십자 성금을 모금할 때는 조심스러웠다고 말하는 최현섭씨.

최씨는 주민들의 숙원인 마을회관을 짓지 못하고 ‘이장’이라는 직함을 내려놓게 된 것이 가장 아쉽고 마을주민들에게도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또 자신의 뒤를 이어 이장을 맡게 된 신권준 신임이장에게 믿음과 격려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현섭씨는 “신권준 이장이 자신의 후배”라며 “마을주민들과 마음을 모으고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향청리 마을과 마을주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열심히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민들에게도 “주민들이 서로 혼일일체가 되어 서로 화합하면서 신임 이장과 함께 더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 가기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