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참여자가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화순읍 일원에는 조그마한 '밥차'가 달린다. 작은 흰색 밥차 안에는 화순관내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 독거노인과 장애인 100여명에게 전해 줄 도시락이 실려 있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화순자활후견기관은 현재 조건부수급자 60여명이 참여해 집수리와 자원재활용, 영농사업 등 6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밥차는 자활후견기관이 펼치고 있는 사랑 나눔 도시락배달사업으로 9명의 조건부수급자가 참여하고 있다.

9명의 조건부수급자들은 음식준비와 도시락 배달, 밑반찬 만들기 등의 일을 서로 나눠 매일 아침 사랑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아침 7시가 되면 자활후견기관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조리실에는 도시락배달사업에 참여하는 3명의 참여자들이 모인다. 음식준비를 맡은 이들은 그날 하루 100여명이 한 끼 먹을 분량의 음식들을 장만한다.

그날 먹을 음식이 조리되고 100여개의 도시락에 차곡차곡 담길 무렵이면 도시락을 각 가정에 전달하는 일을 맡은 3명의 조건부수급자들이 사무실로 들어선다. 어린 자녀를 돌보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모자세대가 주로 배달을 맡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배달은 오후 4시가 훌쩍 넘어야 끝난다. 나이 많은 노인들은 끼니때마다 음식을 조리하기 어려울 뿐더러 균형 있는 식사를 만들어 먹기도 힘들다.

"혼자 사는 노인네가 뭐한다고 꼬박꼬박 끼니를 챙겨먹느냐"며 하루에 한두끼 정도만 식사를 하는 노인들도 많다. 이들에게 자활후견기관에서 전해주는 사랑의 도시락은 골고루 음식을 챙겨먹고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해 주는 든든한 힘이 된다.

도시락을 받는 대상자들이 주로 나이가 많은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으로 한끼 분량의 도시락을 가지고 점심과 저녁 혹은 저녁과 다음날 아침까지 먹는 경우가 많다.

내평리에 사는 박모(82세)할머니는 오전중에 배달되는 도시락으로 점심과 저녁을 먹는다. 박 할머니는 점심 한끼 분량의 식사를 두 번에 나눠 먹는다. 아침은 챙겨 먹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먹지 않는다.

박할머니에겐 혼자만을 위해 끼니때마다 일일이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드는 일이 힘에 겹다. 할머니는 후견기관에서 매일 찾아와 안부도 묻고 식사도 챙겨준다며 아들도 며느리도 못하는 일을 해주는 후견기관 사람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한다.

이모(연양리, 61) 할아버지는 다리를 쓸 수 없는 중증 장애인으로 올해부터 사랑의 도시락을 받게 됐다. 불편한 몸으로 혼자 식사를 챙겨먹어야 하는 이할아버지는 반찬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는데 사랑의 도시락으로 반찬 걱정은 덜 하게 됐다며 점심 무렵 도착한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이할아버지도 점심에 먹고 남은 반찬으로 저녁까지 먹는다.

도시락 나눔 사업단에서 번거롭긴 하지만 매일 먹을 양만을 조금씩 준비하는 건 이렇게 도시락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때그때 따뜻한 음식을 먹도록 하기위한 작은 배려다. 물론 반찬 등을 남겨뒀다가 먹을 때 혹 음식이 상해 탈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숨은 뜻도 있다.

도시락 나눔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안회임 팀장은 “더 많은 분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싶어도 경비 등 여러가지 여건이 안돼 현재 100여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며 자활사업의 특성상 수익을 내면 안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운영상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도시락도 직원들의 차를 이용해 배달하다가 지난해 KT&G에서 지금 밥차로 운행하고 있는 마티즈 승용차를 무상으로 지원해 줘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한다.

“남을 도우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사람들의 정성을 담아 사랑의 도시락을 실은 밥차는 오늘도 화순 곳곳을 누비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 도움을 받아야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삶의 희망을 찾는 모습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