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양면 월평리에 특이한 할아버지가 살고 있어 화제다.

82세의 김용운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이다.마을 주민들은 그 할아버지를 ‘풍수’라고 부른다.

그러나 풍수라고 불리는 보통사람과는 무척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더럽고 깨끗함을 초월한 삶을 살고 있다.

한복에 흰 고무신을 신고 쓰러질 듯한 오두막에 사는 모습도 특이하지만 옷이며 신발이며 집이며 가재도구 등이 깨끗한 것은 하나도 없다.옷과 신발에는 묵은 때가 주렁주렁... 그리고 집안은 정돈되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있고 구석구석에 썩어가는 것들이 즐비하다.얼마나 오래됐는지 달걀이며 양파, 마늘 등이 썩어서 말라져 뿌옇게 쌓여있다.

잠을 자는 방은 더 한다.아무렇게나 쌓여진 책들이 너풀거리고 옷가지며 침구 등도 마찬가지다.

방 중심에 겨우 누울만한 공간이 있고 그 자리 한곳에 요강(소변 통)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냄새가 진동해 가까이 서 있기조차 역겨울 지경이다.

그런데도 김용운 할아버지는 스스럼 없이 당당한 모습이다.9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눈은 빛나고 예의바르게 손님을 맞는다.

왜 이렇게 사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빙긋이 웃으며 ‘형편이 그래서..’ 라고 대답한다.깨끗함이나 더러움을 초월하지 않고는 그렇게 당당한 모습이 나올 수 없을 듯 싶었다.

김 할아버지는 높고 낮음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할아버지를 스승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사람들이 경향 각지에 많다는 소문이고 같은 마을에도 두 세대가 살고 있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는 제자는 없다며 그들이 모두 선생님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선생님이라 부르며 존칭을 쓰고, 인사 할 때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김 할아버지에게는 가까이서 밥도 하고 빨래도 하며 수발을 들어주는 임미랑씨(45세)가 있다.

임씨는 서른일곱 살이나 차이가 있는 할아버지를 남편이라고 말한다.

김 할아버지는 임미랑씨를 직접 부인이라고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

임씨는 전남대학(80학번)을 졸업한 지식인이다. 지금도 매일 자가용을 운전하며 광주에 나가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영어 과외를 지도 하면서 공인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임미랑씨가 김 할아버지를 만난 것은 8년 정도 됐다. 임씨는 이혼한 전남편 시아버지의 묘지 관계로 김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다고 털어 놓는다,

처음엔 1주일에 한번, 두 번씩 찾아다니다가 4년쯤 전부턴 아예 이혼하고 보따리를 싸들고 들어왔다.

임씨는 지금까지 김 할아버지만큼 남자다운 기상을 가진 남자를 본 적이 없다며 김 할아버지는 “진짜 남자”라고 말한다. 한문학, 한의학, 풍수며 농사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것이 없는 ‘진짜 남자’, ‘참 선생님’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한다.

남편은 집안의 왕이라는 의미에서 두 달 전에는 김 할아버지에게 본인이 손바느질로 만든 곤룡포와 사모관대를 만들어 선물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서로를 ‘선생님’ 이라고 부른다. 스승과 제자, 남편과 부인 사이지만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남편 김용운 할아버지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 분은 세상과 인생의 길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높고 낮음을 초월한 삶의 모습인 것이다. 그리고 김 할아버지는 자연과 함께 살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곤충과 함께 농사를 짓는 것이다. 사람에게 해로운 것은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500여 평 농사를 지어도 두 식구가 먹을 식량도 모자란다. 흔하디흔한 가스렌지도 없이 짚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하고 난방도 한다.

김 할아버지는 농촌에 사는 것은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라며 먹을 것이 모자라도, 입은 옷이 초라해도, 사는 집이 허술해도 그냥 그대로 산다고 말한다.

이렇게 사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형편 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연스럽게 자연과 함께 산다는 말로 들렸다.

김용운 할아버지는 나주에서 태어났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외가 마을인 월평마을로 피난을 왔다가 지금까지 살고 있다.

한문 공부만 했을 뿐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경(佛經)에 대해서도 잘 안다는 주위사람들의 증언이다.

20여년 승려 생활을 하다가 스승님을 만나 승려 생활을 청산하고 가깝게 모시고 공부하고 싶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영은당(寧隱堂)은 지금 연화경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도 스승님의 가르침 때문이라고 말한다.

주위에선 ‘풍수’라고 부르지만 김 할아버지 스스로는 풍수가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이 찾아와 물으면 그 청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가끔은 사주를 봐달라고 찾아오는 이에게 사주풀이를 해 주기도 하면서 김용운씨는 그렇게 살고 있다.


김용운 옹이 살고 있는 집 안의 모습
부인 임씨가 밥을 하기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