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청에서 근무하는 모습.

중국교포인 김옥녀씨(34)를 처음 만난 곳은 화순군청 군수실이다.
지난달 12일 중국 요령성 환인현 방문단이 화순군청을 방문했을 때 옥녀씨가 중국어 통역을 맡았다.
갈색 원피스를 단정히 입고 미소띤 얼굴로 통역하는 그녀의 모습은 아주 아름답고 당당해 보였다.
중국 흥룡성이 고향인 옥녀씨가 동면 백용리 용생마을로 시집온 것은 10년 전이다.
지난 95년 화순군이 펼친 ‘시골총각 장가보내기’ 행사로 남편인 조정현씨(43)와 인연이 되어 백년가약을 맺었던 것.
지금도 용생마을에서 남편과 함께 윤희(7) 미연(5) 두딸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남편 조정현씨(43)는 농사꾼이다.
옥녀씨의 친정아버지도 농사꾼이었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시집와서는 농사일은 손대보지 못했다. 남편이 힘들다며 일을 못하게 해서였다
오직 남편만을 믿고 이곳으로 시집을 온 옥녀씨에게 이곳은 모든게 낯설기만 했다.
그래서 처음 몇년은 문밖 출입을 피하고 집안에서 애들 키우고 살림만 했었다.
어쩌다 장날이나 축제가 있는 날이면 남편 따라 구경을 나오는 것이 생활의 전부였다.
조선족이지만 중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말이 조금 서툴고 이 지방 말이 너무 빨라 잘 알아듣지 못한데다 중국에서 시집왔다면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곱지 않음을 느꼈을 때 무척 슬프고 힘들었다.
이 처럼 힘들때면 남편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시부모 또한 따뜻한 분들이어서 이곳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옥녀씨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것을 항상 감사하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집안에서 살림만 하던 그녀가 이처럼 당당하게 남들 앞에 서게 된것은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였다.
많은 중국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게 되었고 통역이 필요한 화순군청은 옥녀씨를 통역원으로 채용했다.
그 이후 화순군청 문화관광과에서 3년째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녀가 주로 하는일은 중국어 통역과 번역 등이며 문화관광해설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언니와 오빠들이 살고 있으며 친정부모님은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옥녀씨는 막내로 이곳으로 시집와 명절날 시댁식구들이 모일때 친정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뭉쿨 해진다.
부모님이 살아계실땐 자주 찾아뵙지는 못해도 용돈은 보내드렸는데 이제 그마져도 할 수 없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그러나 남편이 곁에서 위로해 줘 기운을 되찾으며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긴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화순에서 이렇게 살아갈수 있는 것이 자신에게는 행운이며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할때면 자주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당시 화순군청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행사 담당계장이었던 이형보씨다.
남편과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분이어서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중국 요령성 환인현 방문단과 이 군수의 이야기를 통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