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리 부영아파트에 살고 있는 임정아(37)씨는 아침 8시에 집을 나서 만연산 큰재를 향해 간다.
그 곳에는 지금의 힘겨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버팀목이 되어 주는 한평 남짓한 그녀의 찻집이 있다. 아니 찻집이라기 보다는 포장마차에 가깝다.
찻집은 늦은 오후임에도 등산객들이며 주위에서 일하는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나 음료수를 마시거나 라면을 들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시간 날 때 자주 등산을 한다는 광주에 사는 최모씨, 증심사에서 무등산 중재를 넘어 수만리로 오는 날이면 정아씨의 찻집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고 피로도 풀며 쉬어간다고 한다. 올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구김 없는 얼굴로 사람들에게 친절하며 항상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정아씨가 일을 시작한지는 6년전이다. 수만리로 이사온 친오빠의 권유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 당시 정아씨는 혼자서 생활비를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군청에서 철거반이 왔다고 했다.그러나 만연산을 찾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필요한 곳이니 그냥 두는 것이 좋다고 말해주어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장사가 괜찮아 생활하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11월 이후 겨울이 되면 등산객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겨울이면 식당에서 일을 해보기도 해지만 지금은 이일만 합니다.
이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들 또 주위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고 때로는 상담도 해드리는 것이 더 좋습니다. 나이가 드신 분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면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가끔 아저씨들이 짖궂은 농담을 해 오기도 하는데 그럴 땐 그냥 웃어 넘긴다고 했다.
가게 정면 벽에는 '수만리 찬가'라는 시가 낡은 플라스틱 액자에 걸려 있다. 궁금해서 물으니 광주에 사는 할아버지 한분이 수만리에 사위집을 자주 오가는데 이 시를 주고 갔다고 한다. 주신 걸 버리지는 못하고 가게에 걸어 두었는데 오는 손님들도 관심있게 보고 정아씨도 이제 이 시가 좋아졌다고 한다.
만연산과 전원풍경이 아름다운 수만리를 내려다 보며, 깨끗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정아씨의 얼굴에 어느덧 평화로운 미소가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