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3년 서구문물에 개항하고 1868년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단행하면서 근대화에 포문을 연 일본에 비하면 한참이나 늦은 결정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공교육은 제대로 자리를 잡아보기도 전에 일제의 식민지 교육의 양성소가 되고 말았다. 일제 강점하 우리 교육에 기대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는 일부 소수의 사립학교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일제의 식민 통치력이 강고해질수록 교육에 대한 견제의 수위도 높여갔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 우리민족이 처한 현실을 자각하고, 민족정신이 고양될 것을 두려워한 그들에게 우리의 교육활동은 늘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었다. 그리하여 일제는 식민통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우리의 공교육을 장악하였고, 이어 사립 일반학교, 사립 종교학교, 지방의 서당에까지 점차 그 폭을 넓혀나갔다. 이는 조선의 식민화와 그 수순을 같이하는 것이다. 참으로 우리의 교육이 무너지는 아슬아슬한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능과 학식을 겨미한 매하 선생 같은 분이 개인 일신보다는 평생을 민족교육을 위해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는 드디어 해방을 맞이할 수도, 건국의 기치를 높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선생을 식민시대 교육계의 영웅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우리가 민족 교육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매하 같은 분이 계셨기 때문이다. 오늘날처럼 교육이 국가와 사회를 위한 이타적인 목표와는 거리가 멀고 단지 개인의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돌이켜볼 때 매하 선생의 교육자로서의 삶은 우리를 크게 부끄럽게 하고 있다.

일생의 대부분을 일제의 식민치하에서 살아야 했던 매하는 민족을 위해 늘 몸과 마음을 열어두고 있었다. 그리하여 몸담고 있던 학교가 어려움에 처할 때에나 지역경제에 관여할 적에도 선생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선생도 진척이 요원한 난관에 봉착할 때는 주저함이 없이 돌아섰다. 광주에서 목장을 운영할 때나 무등양말을 경영할 때, 그리고 정계에 진출했을 때 매하는 일신의 안위를 생각한다면 미련이 남을 법한 상황이었음에도 뜻하는 바와 조금이라도 다를 때에는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속리산에서 은거하던 중에서도 늘 국내외 정세에 대한 탁월한 식견으로 자녀들과 후학들을 교육하였으며, 해방 후 정계에 진출하여서도 선진적인 개혁정책을 서슴없이 직언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던 동료 정치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곤 하였다. 이 모든 것은 매하 자신의 뚜렷한 확신과 불굴의 의지가 밑거름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 탓에 가족이나 매하 자신이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인생여정을 밟을 수밖에 없었지만, 가족의 희생과 선생의 고매한 정신은 선생이 떠나신지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후학들의 뇌리에 면면히 흐로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