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매하는 교육자로서의 행보도 멈추지 않았다. 광주지역 주요 인사들과 교유관계를 맺으면서 계유(癸酉) 구락부라는 모임에 참여하여 활동하게 된 것이다. 계유 구락부는 2·8독립선언의 주역인 최원순(崔元淳)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모임인데 매하는 이 모임을 통해 1935년에는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몽양(夢陽) 여운형(呂運亨) 등의 민족 지사들을 초청하여 강연회를 여는 등 광주지역 민중들에게 독립에 대한 희망을 일깨워주었다.

매하가 생활인으로서 지낼 적에 선생의 곧은 성품을 확인할 수 있는 일화가 전하고 있다. 1939년 조선총독부는 <조선민사령(朝鮮民事令)>을 공포해 창씨개명하기를 강제하였다. 즉, 학교에 진학하거나 취직을 하기 위해서는 창씨개명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때 중학에 진학하게 된 손자의 장래를 앞에 두고도 추호의 머뭇거림이 뜻을 꺾지 않았던 매하이고보니 자신의 출사를 위한 활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계성학교에서 물러난 매하 선생에게 총독부가 여러 차례 고위 관직을 제안했으나 단호히 거절했다. 이어 태평양전쟁이 한창일 때 전쟁에 투입될 인력수급이 촉박해진 일제가 인력동원에 혈안이 되어 각처의 지도급 인사들에게 갖가지 이권을 약속하고 강연이나 선전활동에 동참시켰다. 이때도 매하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니 이를 괘씸하게 여긴 일제는 집요한 감시로 선생의 활동에 제제를 가하게 된다.

이로써 매하는 은거를 결심하고 속리산으로 향하게 된다. 흡사 그 옛날 선인들이 속세를 떠나 깊은 산중에 은거하며 뜻을 펼칠 수 있는 때를 기다리며 은인자중하던 모양을 연상케 한다. 1943년 일제의 강압을 피해 전혀 연고도 없는 속리산 기슭에 가족들과 자리를 잡으니 외부와 단절된 채 답답하고 불편함이 컸을 텐데도,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매하는 늘 일본의 패망이 머지않았음을 자신하며 때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