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경기가 침체되고, 마스도미의 신변상의 문제로 학교 경영이 한계에 다다르자 학교는 폐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때 매하는 학교 운영을 맡아줄 독지가를 찾아다녔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전 고창군민을 대상으로 호소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건축비를 모금하여 1922년 5월 4일 고창고등보통학교가 설립된다. 매하선생은 교장직무대리로서 실질적인 교장 업무를 수행하다가 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고창고보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북에는 오산고보(五山高普), 남에는 고창고보(高敞高普)’라고 할 만큼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리던 명문학교였다. 오산고보는 1907년 평안북도(平安北道) 정주군(定州郡)에 남강(南岡) 이승훈(李昇薰)이 사재를 털어 세운 사립학교로 민족교육을 대표하던 학교였다. 한편 고창고보에는 심준섭(沈駿燮), 이병학(李丙學), 정인승(鄭寅承), 유찬식(劉燦植), 신태수(申泰洙), 이혁(李赫), 박희성(朴希聖), 송태회(宋泰會)등과 같은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리던 인물들이 매하의 권유로 고창고보에서 교수하고 있었다. 이러한 매하의 열의로 고창고보를 거친 인재들은 독립운동에서뿐만 아니라 해방 후 대한민국건설에도 초석이 되어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고창고보를 운영하던 중에서도 매하 선생의 곧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일화가 많다. 당시 <사립학교규칙>으로 민족사학을 옭아매려는 일제의 간섭이 뻗칠 때면 선생은 늘 당당하게 소신으로 맞서 고창고보의 정신을 지켜냈다. 그럴 때 그의 태도가 하도 당당하여 관리들도 그 이상의 간섭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혹 다른 지역에서 독립운동에 관계하였다가 퇴학당하는 학생이 생길 때면 고창고보에서만은 그들을 편입학으로 받아들였다.

이렇듯 고창고보가 민족사학으로 자리를 잡아갈 때 매하는 위기에 봉착한 또다른 사학의 요청으로 1928년 돌연 대구 계성학교(啟聖學校) 부교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매하는 언제나 기성품이 되기를 거부한 인생을 살아왔다. 그는 안정화된 학교에서는 더 이상 자신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자신이 십여년 가까이 열과 성의를 쏟았던 고창고보를 떠나 계성학교로 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