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격랑을 피하지 않으며 의연하게 외길을 걸었던 그의 생애에서 오늘날 참 스승의 모습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당대의 시대정신을 온몸으로 전해준 민족사의 큰 인물이라 하겠다.

해방이 되면서부터 매하의 남다른 교육철학과 정신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를 존경하고 기억하던 고창고보 동창생들을 중심으로 공론화되었다. 그러다 6·25 전쟁, 4·19 혁명, 5·19 군사 쿠데타 등 한국사회의 연이은 굵직한 사건들로 인해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그를 기억하는 이들의 가슴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1966년 12월 전북도 교육위원회와 고창고 육성회총동창 회의 노력으로 고창고등학교에 ‘양태승 기념관’이 건립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한참 늦게 결실을 맺은 기념사업이기는 하지만 고창고등학교를 거쳐간 모든 이들에게 매하 선생의 자취를 전하는 상징물로서의 의미가 컸다. 그로부터 벌써 4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야 매하의 일생과 철학 그리고 사상과 비전을 한권의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만시지탄이지만 매하의 고매하고 빛나는 생애를 뒤돌아보고 오늘의 나아갈 바를 추구하는 작업은 역사의 중요성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는 큰 귀감이 될 것이다.

마치는 글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기(1910. 8. 29~1945. 8. 15)는 우리네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선연히 남기고 있다. 35년간의 식민시기, 해방 60년을 맞은 이즈음 우리는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지금의 어린 세대들에게도 당시의 어두운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데에는 일제의 식민지통치가 철두철미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며, 우리에게 그만큼 지워지기 힘든 상처를 남겨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치욕의 세월을 살아가야 했던 선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당시 현실적으로 모든 민(民)들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분연히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식민통치가 장기화되어 갈수록 독립의 개연성이나 당의성에 대한 가능성은 희미해져만갔다. 우리보다 먼저 근대화를 이룩한 일본의 국체는 건실하였고 침략의 야욕을 청, 러시아, 동남아에까지 뻗쳐 새로운 식민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조선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