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았던 것이다.

이러한 매하의 심경과는 상관없이 오랜 지기들과 군민들은 여전히 매하의 정계진출을 희망하였다. 그러나 이미 정계의 일선에서 보았던 매하로서는 이승만의 독선적인 정치행보와 친일파 중용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때문에 군민들로부터 제헌의원 출마권유가 들어오자 단번에 거절했던 것이다. 그리고 미군정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일본을 대신해서 들어선 세력’이다”라고 표현하며 못마땅해했다고 한다. 손자 양형렬은 양태승 선생이 수많은 정계 입문에 대한 권유를 물리치시고 보은농고 교장직을 맡게 된 상황을 이렇게 술회하였다.

“그후 제헌국회 의원선거에 출마하시도록 고향인 화순 군민대표들이 수없이 찾아왔고, 보은 군민들도 적극적으로 권유하였으나 거절하셨습니다. 당시 보은 군민들이 제헌의원에 출마하지 않으시려면 보은농고의 현 김교현 교장을 출마시킬 터이니 대신에 그 교장 후임자리라도 맡아주시라고 간청하자, 그것은 맡아주겠다고 하시어 보은농고 교장이 되셨고, 김교현 전임 교장 선생님이 제헌의원이 되셨습니다.”

매하 양태승은 자신이 나서기만 한다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치인의 길, 정부고위직을 모두 마다하고 교육입국의 뜻을 살려 시골학교 교장자리를 흔쾌히 받아들였던 것이다. 당시 매하가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으려 했던 것은 그에게 정치철학이나 포부가 없어서가 아니라, 돌아가는 판세가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조국건설의 방향과 차이가 컸기 때문이었다.

매하는 당시 유물론에 대한 철학적인 문제부터 민족관, 전쟁 문제 그리고 공산주의자들의 이상사회 건설에 대한 문제를 놓고 좌파계 인사들과 격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 당시 매하는 ‘무상몰수 무상지원’을 주장하는 좌익 인사에게 “너희들이 주장하는 사상은 너무 이상적(유토피아)이기는 하나 부분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러시아를 사회주의의 조국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않다. 그건 사대주의다. 우리 민족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어찌 다른 나라를 조국이라고 하느냐. 그리고 이루고자 하는 뜻이 아무리 옳고 숭고하더라도 계급혁명을 통해 이상사회를 만들려는 생각에는 동조할 수 없다. 너희들의 생각은 기본뿌리가 잘못되어 있다.”라고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로 본인의 세계관을 설파하였다. 당시 매하의 사상과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는 매하의 큰손자 양경렬의 다음과 같은 회고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