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하는 한민당의 창당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며 당원들의 보수적, 이기적인 경향을 매섭게 비판하였으나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민중들의 염원이 담긴 토지정책에 대해 기존의 당원들과 매하의 입장은 너무나 상반된 것이었다.

지주 출신들로 이루어진 한민당이 ‘유상몰수 유상분배’ 원칙을 고수하였던 데 반해, 매하는 ‘토지국유화’ 의 원칙을 견지했던 것이다. 당시 가장 급진적인 계급정당이었던 조선공산당이 ‘소작료율3·7제’를 제안했던 것을 볼 때 매하의 제안은 매우 혁신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민중들의 현실을 목도한 매하로서는 당연한 제안이었다. 더욱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부분에서만큼은 물러날 수 없었다.

특히 매하는 100m 달리기 시합을 예로 들면서 “민중들에 비해 지주들이 92m 이상 앞서 나가서 달리기 시합을 하면 어떻게 공정한 시합을 할 수 있겠냐?”고 항의하였다. 이와 같은 매하의 생각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민중지향적인 시각이었으며, 이는 현실세계에 대한 정확하고 예리한 분석과 투철한 시대정신을 담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매하와 한민당은 애초부터 서로 추구하는 이상이 너무 달랐다. 매하는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준비하고 계획해왔던 포부를 펴보기도 전에 이 나라 정치가 모든 대중들을 끌어안을 그릇이 되지 못함을 통탄하면서 길지 않은 정치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그리고 매하는 아쉽고 답답한 마음으로 다시 보은으로 내려왔다.

매하가 보은에 내려와 버리자 김병도 등 그를 잘 알고 있는 인사들로부터 수만은 인편과 편지들이 밀어닥쳤다.
그들은 주로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 매하같이 높고 고매한 뜻을 가진 분이 나서서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다시 자신들의 대열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런가 하면 고향인 화순과 보은에서는 지역유치와 친척들이 찾아와 “제발 제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달라”는 권유가 빗발쳤다. 이에 매하는 “민의원 100명을 묶어 놓아도 이 박사(李博士)에게 꼼짝 못한다. 이러한 시국에 민의원이 되면 뭐하겠는가?”라고 거절했다.
특히, 부통령이 된 인촌 김성수도 그에게 사람을 보내 문교부 장관직을 수락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했다. 그러자 충청북도 도지사라도 맡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역시 단호히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