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미군이 서울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리자 여운형은 박헌영(朴憲永)과 제휴하여 전국 인민 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조선인민공화국(朝鮮人民共和國) 수립을 발표하였다. 미리 정권을 세워두고, 미군이 진주할 경우 미군정과 정식 교섭대상이 되기 위함이었다. 즉 미군정의 교섭상대가 되어 공식적인 정부로 인정받겠다는 것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가담했던 안재홍(安在鴻)을 비롯한 다수의 우익인사들이 탈퇴하자, 조선 인민공화국은 좌익계 인사들이 대부분을 점하게 되었다. 송진우를 필두로 한 우익세력은 조선 인민공화국의 출범에 반발하여 모든 민족진영이 통합할 것을 합의하고 9월 16일 천도교회관에서 100여 명의 대표자들이 모여 한국민주당(韓國民主黨)을 창당하였다.

이렇게 세워진 좌익과 우익으로 대표되는 두 세력은 남한 내에서 각자의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한다. 이들이 공신력을 얻자면 든든한 민심이 무엇보다 필요했고. 사실상 어느 정도 지역세를 장악하고 있느냐가 당시로서는 정치력을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방 이후 지방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었던 것은 인민위원회였다. 지역민들이 자치단체의 성격을 띤 인민위원회를 자발적으로 조직함에 따라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게 되었는데, 이들은 주로 치안 식량 재정 등을 관할하면서 지역에 따라서는 귀환동포 소작료 보건후생 소비 등의 문제에도 관여했다.
당시 지방민들의 관심사는 일제 식민통치 시기에 일제에 협력했던 자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 지와 일제가 남긴 재산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였다. 당연히 친일경력이 있는 자들과 지주들에게는 몹시 불리한 상황이었다. 매하가 살던 보은지방에서도 이러한 화재가 주 관심사가 되었을 것이다. 이즈음 매하에게는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들었다.

한국에 대한 예비지식이 부족한 미 군정청은 원활한 통치를 위해 일본의 식민지 총치기구를 그대로 활용할 것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조선 인민공화국과 충칭의 임시정부 모두를 정식적인 정권으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조선 인민공화국은 자동으로 해산되고, 여운형은 조선인민당, 송진우는 한국 민주당, 안재홍은 국민당 등 남한에는 50여 개의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국내에서는 우익과 좌익 계열 사이에 대립의 골이 날로 깊어져만 갔다. 서로 미군정으로부터 인정받아 공식적인 정권이 되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