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목장 경영권의 대부분을 제자에게 물려준 다음에도 민족기업을 세워 우리 민족에게 필요한 다양한 물산을 만들어 내고, 이로써 민족자본을 키우겠다는 매하의 뜻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제 그는 광주목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에 대한 준비와 시장 조사, 엄종의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였다. 다만 조선 민중들의 건강을 위해 유제품을 가공하여 공급하기 위해 광주목장을 세웠듯이, 그의 주된 관심은 ‘민족을 위해 필요한’ 물품을 제조하는 데에 있었다. 그리하여 매하가 선택한 새로운 사업이 바로 양말제조업이었다.

광주목장의 유제품이 지역민들의 식생활과 건강의 개선을 위한 것이었다면 무등양말의 설립은 지역민들 더 나아가서는 조선인들의 의복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기도 했다. 일제가 생산해낸 조악한 고무신과 신발들이 조선인들이 계속해서 신어왔던 짚신을 대체한 지는 오래된 시점이었다. 하지만 버선을 대체했다고 할 만큼 양말이 많이 보급되어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그는 조선 사람들의 양말문화의 보급과 대중화를 위하여 양말 공장의 설립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의 민족에 대한 사랑은 그들의 벗겨지고 까진 발에까지 닿은 것이었다. 그것은 학생 한명 한명을 아끼고 사랑했던 교직시절의 세심한 관심이 맞닿아 있는 민족과 동포에 대한 애잔한 사랑이고 애정이었다.

이렇게 하여 1935년, 매하는 계유구락부를 통해 뜻을 나눈 광주의 지도급 인사들과 함께 무등양말 공장을 설립하였다. 그는 양말에 대한 수요에 대한 분석과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영향들에 대한 분석까지를 사업 전에 검토하였다. 양말공장은 제사(製絲) 공장에서 만들어진 실을 가지고 직접 양말을 만들어 내는 제조업이었기 때문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였고, 따라서 조선 민중에 대한 고용효과도 높았다. 또한 당시의 전남지역은 품질 좋은 면화가 생산되고 있었으나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지역 내에서의 수요가 없었다. 이제 맞은 가격으로 일본인 상인들에게 팔려 타지와 일본 본토의 면사공장으로 보내지는 형편이었다. 무등양말의 설립은 이렇게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농업생산물이었던 면화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창출하였다.

이렇게 매하의 주도면밀한 계산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무등양말’ 은 품질 좋은 전남산 면화를 가공하여 만든 품질 좋고 저렴한 양말로 일본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양말시장을 급속히 장악해 나갔다. 당시 무등양말의 명성은 평양 양말과 더불어 전국적인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회사 자체도 점차 성장하게 되었다. 무등양말의 경영은 짧은 시간 동안에 정상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