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하가 대구에서 광주로 이거한 후 민족자본의 형성을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사업은 젖소 목장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수중에 돈 한푼 없었던 그에게 있어서 사업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크나큰 모험이었고, 엄청난 용기와 모험정신을 필요로 하였다. 매하는 이와 같은 자신을 둘러싼 악조건들은 오로지 불굴의 의지와 시대정신으로 극복해나갔다.

당시 목장운영과 유가공 사업은 매하뿐 아니라 조선사람 대부분에게 너무나도 생소한 일이었다. 물론 일제에 의하여 식량공급지 수준으로 전략해 있던 조선에 있어서 어느 것 하나 익숙하고 쉬운사업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하가 목장업을 선택한 것은 지역사람들에게 고품질의 유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하여 주민들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고, 이로써 또다른 생산적인 일을 추진해나갈 힘과 에너지를 공급해주기 위함이었다.

매하는 서울생활 그리고 일본에서의 유학생활, 아울러 신교육을 전수하는 교육자로서 경륜을 통해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의 유익함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유제품 사업의 번창은 우선 민족자본의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으며, 또한 유제품의 저렴한 보급을 통해서 조선 민중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서 있었다.

실력양상운동의 일환으로서의 민족자본 형성운동이 한참이던 당시, 광주지역은 호남지역의 거점도시로서 민족기업과 민족자본 형성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호남은행이었다. 1920년 현준호(玄俊鎬)와 김상섭(金商燮)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민족계 은행이었던 호남은행은 1930년대 와서는 자본금의 200만원을 넘는 대은행으로 성장해 있었다. 호남은행은 자본의 확대뿐만 아니라 사업의 지역적인 확장을 꾀하여 경남지역의 은행을 인수하고 지점을 설치하는 등 민족자본 형성운동의 기수로 활동하고 있었다.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이 경영하는 은행보다는 호남은행을 찾았고, 호남은행 조선인 기업가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 쓴 대출을 주저하지 않았다.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민족 운동가들에 의한 민족 기업의 활동 때문이었으며, 여기에 민족자본 형성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성적인 호응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매하 역시 호남은행의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사업에 뛰어든 초보 사업가에 대해서 호남은행이 대출을 결심하였던 것은 지금까지 매하가 살아온 교육자로서의 위상에 대한 믿음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이제 교육자 매하는 사업가 매하로서의 삶의 전환을 꾀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