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계성학교를 떠나온 매하는 광주에 자리를 잡게 된다.

광주는 매하의 고향인 화순과 인근한 곳으로 그에게는 실상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20세, 당시 막 약관을 넘긴 젊은 매하가 이제 45세의 장년이 되어 고향을 다시 찾았으니, 실로 25년 만의 귀향이었다.
매하는 1908년 융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상경한 이후 정리사를 졸업한 1912년까지 서울에서 생활하였고, 이후 1912년 일본으로 건너가 고베신학대학교를 마치고 1916년 귀국할 때까지 5년간의 유학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고국에 돌아와서는 전북 고창에서 오산고보와 고창고보를 맡아 운영하였으며, 1928년 고창고보의 교장직을 사임한 이후 1933년까지는 계성학교의 부교장으로 대구에서 생활을 하였다.
열혈 청년 매하가 조국의 독립을 되찾고 민족의 운명을 개척할 교육입국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난 지 25년 만에 45세의 원숙한 장년 매하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젊고 패기에 찬 젊은이는 이제 불혹을 넘긴 장년의 교육자로, 민족지도자로 고향땅을 다시 밟았다.

매하가 고향을 떠나 지내온 25년 세월은 단순히 흘러가버린 풍상의 세월만의 아니었다. 그는 신지식과 신문명을 받아들였으며, 교육입국의 실천을 위해 직접 가르치기도 하고, 학교를 세워 운영하였으며, 위기에 처한 학교를 부흥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제 교육자요, 지도자요, 경영자였으며, 시대정신을 추동해나가는 실천적 지식인으로 거듭난 것이다.

매하는 고향땅을 다시 밟고서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교육운동은 자시 접어두고,민족기업의 육성과 민족자본의 형성에 관심을 쏟았다. 교육자로서 성공한 그가 돌연 사업가로 변신한 데에는 일본에 의해 조선의 주권이 침탈당했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있던 현실을 감안한 것이었다. 조선을 독립시키기 위해서는 민중이 거듭나야 하고, 민중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상 생활의 유지와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지금까지 매하가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오는 동안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교육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민족자본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매하는 선교사들의 지원과 투자에 의지하고 기대어야 했다. 그리고 매하의 학교 운영에 투자를 한 유지들도 총독부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운 탓에 뜻하지 않은 운영상의 위기를 겪기도 했던 것이다. 물론 조선 각지에서 각종 학교설립운동이 전개되었지만, 재정확충의 실패로 인해 성공하지 못한 참담한 현실도 그를 괴롭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