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하는 1928년 3월 17일에 고창고보의 교장직을 사임하고 그해 6월 대구에 있는 계성학교에 부임하였다. 계성학교는 1960년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학교였다. 역사로 보자면 고창고보보다 더 연원이 깊은 학교였다. 하지만 종교학교였기 때문에 정규학교로의 인가를 받기 못하고 있었다. 종교학교는 설립 취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학과 성경 등 선교와 관련된 교과를 교육해야 했다.

하지만 조선의 중등교육 확대를 바라지 않았던 총독부는 자본력이 뒷받침이 되는 선교사들이 세우는 미션스쿨의 설립을 견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이들 과목을 정규 교과로 인정되지 않았고 이를 빌미로 삼아 정규 고등보통학교로의 인가 역시 허가하지 않았다. 또한 계성학교 학생들에 대한 총독부의 불편한 심기 역시 자리하고 있었다.

1920년 계성학교의 4대 교장으로 취임한 핸더슨(Harold H. Henderson) 교장은 계성학교를 정규학교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만드는 데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체육장을 짓고, 훌륭한 교사들을 모았으며 총독부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미션스쿨로서의 역할을 지속하면서 정규학교로서의 조건 역시 충족시켜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외국인 선교사의 힘으로 이루기에는 힘에 부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교육자이기 전에 선교사였다. 그러므로 그것이 설령 자신의 뜻이라고 해도 드러내놓고 일을 추진하기는 힘들었다. 그리하여 이에 적합한 외부 인사를 찾기 시작했고 그런 가운데서 끄들의 시선을 끈 인물이 바로 매하 양태승 교장 이었다.

사실 매하와 계성학교의 접촉은 매하가 고창고보에 재직하고 있던 오래 전부터 이우어졌었다. 하지만 매하는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고창고보를 위하여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학교를 옮기는 문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학교가 안정화된 이후에는 그의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고차고보도 조선인의 교육을 위한 학교이고, 계성학교도 조선인의 교육을 위한 학교였다. 무엇보다도 매하의 경험과 능력이 필요한 곳은 이미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고창고보가 아니라 정규학교 인가를 위해 애쓰고 있던 계성학교였다. 정규학교의 교장 지위에 있다가 계성학교에서 받은 직함은 부교장이었다.

매하가 자신의 지위에 마음을 쓰는 인물이었다면 정규학교의 교장자리 대신 비정규학교의 부교장 직위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하는 교육자라는 위치를 주중요하게 여겼을 분 자신의 직위나 신분 자체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