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이후 일제는 대륙침략을 위해 조선인들에게 내선일체를 강요하고 황국신민화교육을 강화하는 식민지 정책을 세웠다. 그리하여 1938년에는 <조선교육령>을 개정하여 각급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던 조선어 과목을 폐지하였다. 그것은 일제 교육정책의 기조였고, 감히 저항할 수 없는 강제성을 딘 것이엇다. 그럼에도 고창고보는 그것을 따르지 않았다.

고창고보는 매하 이래 학교의 건립이념에 따라 국사와 한글 교육을 계속했으며 교내에서 우리말의 사용을 허락하였다. 이는 일제의 식민토이 정책에 대해서 학교와 학생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철저하게 저항한 사례로 이해된다. 이러한 고창고보였으니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이 걸었을 길 또한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는 민족독립의 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학교의 분위기는 고창고보가 일제에 의해 강제로 공립학교로 바뀌게 되는 1944년까지 계속 이어졌다. 공립학교로의 전환은 결국 일제로서는 눈엣가시와 같은 고창고보의 존재를 없애버리고 그 사회적 · 교육적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제의 그런 조치가 이루어진 1944년은 이미 때를 놓친 것이었다. 1년여가 지난 뒤에는 그들이 우리 땅 조선에서 물러가야 하는 해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암울하기만 했던 식민지시절 우리의 교육계에 매하와 고창고보의 활약은 참으로 통쾌했다. 민족교육의 대표 주자였던 고창고보의 역사가 지금은 공립 고등학교의 옛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고창고보는 이후 호남인재를 배출하는 주요 창구가 됐을 뿐 아니라 일제 강점하 학생 독립운동의 중심축이 되었다. 전북에서는 물론 호남지역뿐만 아니라 평안안, 경상도, 함경도를 아울러 전국적으로 수많은 학생들이 이 학교를 찾아 일부러 고창까지 왔다. 또 일제 강점하에서 줄곧 항일학생운동의 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1926년 순종의 장례식을 계기로 폭발한 민족감정이 6 · 10 만세 운동으로 터져 나올 때 시위 혐의로 50여명, 1927년 5월에는 동맹 휴학으로 32명, 1926년 6월 항일 결사대 조직 사건으로 4명 체포, 1930년 1월에는 광주 학생 독립운동에 동조해 맹휴를 일으킨 일로 21명 체포와 유금동학생의 옥사 등 크고 작은 학생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고창고보 학생들의 끊임없는 투쟁정신으로 인하여 ‘남 고창, 북 오산’ 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이 말의 의미는 “북에서는 이승훈이 설립한 기독교 계열의 오산학교가 항일 학생운동의 중심을 이루었고, 남에서는 그에 견줄 만한 학교가 고창고보였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