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3월 1일에는 서울과 평양을 비롯한 각지에서 독립만세 운동이 일어났으며 그 중심에는 서울의 배화여학교, 배재고보, 평양의 숭덕학교 등이 주축이 되었다. 1924년에도 3월 1일을 기해서 각지의 학교에서 기념집회들이 열렸고 그 과정에서 원산의 보광학교 학생들이 체포되는 등의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1926년에는 6·10 만세 사건이 일어나고 이에 연루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길을 잃은 어린 양처럼 학교를 떠난 그들을 받아줄 곳은 조선 땅 어디에도 없었다. 사립학교들도 일제의 매서운 눈초리를 의식하며 그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 학생들을 하나도 돌려 세우지 않고 그대로 다 받아주고 다독거려 자신들의 뜻을 세우며 자라갈 수 있도록 했던 곳이 바로 고창고보였다.

다른 학교들이 퇴학시키고, 입학을 거부했던 그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배움의 뜻을 민족을 위해 펼치고자 실행에 옮겼던 어린 학생들이었다. 순수하고 진실된 그들을 받아들이고, 배움의 길을 연장시켜주었던 것은 민족교육을 내세웠던 고창고보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타 학교에서 퇴학당한 학생들의 편입학을 받아들여 면학의 길을 터주면서도 매하는 일제의 눈치나 주위의 불안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러한 결단이 있었기에 수많은 학생들이 구제되었고 그들은 고창고보를 통해서 더 큰 역량을 갖춘 애국자로 길러졌다. 이와 같은 고창고보의 민족 교육적 전통은 매하가 학교를 떠난 뒤에도 지속되었다.

애국애족의 독립운동을 벌이다가 퇴학처분을 받은 학생들이 끊임없이 학교를 찾아왔고 고창고보는 이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또한 1937년에는 일제의 신사참배 지시에 불응하여 폐교한 전주 신흥학교의 전교생을 받아들이는 놀라운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고창고보의 교육관은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학교 내에서 학생들은 민족적인 정취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반일 정서는 일시적이고 분에 겨운 흥분 이상의 것으로 발전해 갔으니, 바로 여기에 고창고보의 진면목이 있었던 것이다. 해방 이후 각 학교에서 국어선생을 모집할 때 고창고보 출신이라면 무조건 채용했던 일화는 이와 같은 고창고보의 역사적 전통을 반영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