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는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 돈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경우를 보면 자신의 월급을 몽땅 털어 이들의 학비를 댔습니다. 봉급날이면 이런 학생들이 교장실 앞에 줄을 서곤 했지요. 그들이 성장해서 일본 유학을 갔을 때도 방학 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항시 사랑채가 북적거렸습니다.”

매하의 큰딸인 양경자(현 국회의장 임채정 의원의 모친)의 회고 속에 그려진 매하의 모습은 젊은 학생들을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고 품어주는 참 교육자의 모습 그대로이다. 당시 학생들은 대부분이 매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를 했다. 그러므로 어느 것 하나도 대충 이루어지는 것은 없어야 했다. 그랬기 때문에 매하는 학생들이 더욱 철저하게 지식으로 무장하고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랐던 것이다.

매하가 교장으로 있는 동안, 고창고보는 입학이나 전학을 원하는 이들은 다 받아주되,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졸업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이 매하의 교육 철학이기도 했다. 즉, 그는 배움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얼마든지 길을 열어주되, 배움의 과정에는 누구보다 엄격한 잣대를 세워두어서, 이들을 옹골차고 야무진 민족의 동략으로 키워내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매하 양태승 교장이 고창고보에서 펼쳤던 교육자로의 활동을 살펴볼 때, 거기에는 단순한 ‘교육’ 이상의 철학과 이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고창고보의 교가 가사 속에 들어있는 “갈재맥 받아온 성산 기슭에 우뚝이 서있는 웅대한 집은 빼나고 씩씩한 쾌남아들이 나날이 자라는 고창밭일세 이 밭에서 자라난 보리 십삼 도 근역에 두루 퍼지고 이 밭에서 자라난 보리 온 세계 곧곧이 씨가 되겠네”라는 구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한편 고창고보와 양태승 교장의 독립운동사상에 있어서 또 하나의 역할은 일제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다른 학교에서 퇴학당한 학생들의 입학을 전적으로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1919년 3·1운동 이후 조선사회 내의 독립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숨 막히는 일제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1919년 9월 2일에는 사이토 총독에 대한 강우규(姜宇奎, 1855~1920) 의사의 폭탄 투척 사건이 있었고, 상해에서는 임시정부가 세워졌다. 만주와 간도 지역에는 다양한 항일무장 단체들이 세워졌으며 전국 각지에서 항일조직들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