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동부군과 서부군이 맞닥뜨리게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일인들의 상점이 많은 중앙통이었다. 왜경들이 몰려오는 동부군을 돌리려 했지만 동부군이 말을 듣지 않았다. 칼을 빼들고 동부군을 돌리려는 왜경들의 모습이 학생들의 눈에 비치자 왜경들을 혼내주자는 의견이 나왔고, 양 군이 스치려는 길에 학생들은 모른 채 왜경을 짓밟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속 시원한 일이었지만 다친 왜경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중 악질이라 불리는 스즈끼 부장이 크게 다치고 다음날 학교까지 찾아와 학생들이 끌려가게 되었다.

당시 출타했다 돌아오던 매하는 이 광경을 보고는 일찍이 볼 수 없을 정도로 격노했다. “학생은 자식과 다름없는데 학생을 왜놈 손에 맡기고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미 심준섭 교무주임의 항의에도 속수무책이었던 터라 매하는 곧장 경찰서로 달려가서 “신성한 학원에 구둣발로 침범했으니 학원에 대한 모독이요, 증거 없는 구금은 학원을 탄압하려는 간계이니 용서할 수 없다”는 엄중한 항의를 했다. 왜경들이 들은 체도 하지 아니하자 매하는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길로 전주로 갔다.

학생들은 영문도 모르고 교장 선생님이 납치를 당했다고 일대 소동이 벌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경찰서장의 대동하에 학생들이 풀려났고, 내용을 알아본 즉 매하는 경찰서에서 즉시 전주에 있는 도청 학무과로 찾아가서 경찰의 노골적이며 무법적인 탄압을 강력하게 항의하여 사태를 해결한 것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서장이 경질되고, 경찰 간부들이 사과까지 하게 되었으니 이후 고창 군수, 경찰서장은 고창고보와 말썽을 일으키면 좌천되고 협조하면 영전된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신생 고창고보는 점차 호남을 대표하는 명문학교로 부각되었다. 이러한 학교의 전통과 학생들의 자긍심에 부합하듯이 매하가 이끄는 고창고보의 우수한 교사진들은 젊은 인재들을 잘 키워 사회 각계각층으로 진출시키기 시작했다. 제대로 만들어진 교육여건 속에서 제대로 배운 학생들이 배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을 아끼는 매하는 어려운 경제적 여건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이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라도 이들이 배움의 꿈을 접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고창고보의 학생들일 뿐 아니라 조선의 미래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