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동원되어 이사회, 평의회에서 납치극을 벌여가며 운영비를 염출하여 미봉해나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밤에 양 교장댁(교천의 초가집)을 찾아가 사표를 드렸더니 간곡하신 만류의 말씀도 계셨으나, 워낙 사정이 다급하여 합의를 얻지 못하고 밤은 깊어지는데 남포불에 석유가 떨어져 까막 밤이 되니, 불도 못 켜는 처량한 광경이 되어 양 교장께서는 주먹으로 이불을 치시며 통곡하니 우리들은 같이 울고 다시 일어설 것을 다짐하고 교무에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학교 살림이 이와같이 어려울진대 학교의 경영자, 교사, 그리고 이사들의 노고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이사들은 자신에게 부과된 분담금 이상의 거액을 기부하고도 학교가 힘들때마다 주머니를 털어야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와같은 난관도 민족교육을 일으켜야겠다는 굳은 애국심으로 극복해나갔으니 고창보고의 크나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이병학 선생의 친증손녀이자 정인승 박사의 외손자의 딸인 이미한 양이 2005년 4월 19일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링컨박물관 개관 기념행사에서 에세이 대상을 수상하여 세간의 주목을 끈 바 있다. 이 양은 "내가 아는 자유는 곧 내 언어의 자유" 라며 일제의 한글말살정책에 대한 저항정신과 자유의 소중함을 에세이로 표현했다.

이미한 양의 선조인 정인승 박사와 이병학 선생은 1925년 4월 전북 고창고보 교사로 함께 부임하여 정 선생은 영어를, 이 선생은 체육을 가르치면서 민족교육자로서의 역학을 다하였다. 특히 정인승 박사는 “교과담당 이외의 시간에 한글을 가르칠 시간을 꼭 달라는 조건”으로 교사직을 수락하여, 학생들에게 한글과 함께 당시 금지됐던 고대사 강의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