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승 교장이 그토록 어려움을 무릅쓰고 훌륭한 교사 영입에 큰 노력을 기울인 또다른 까닭은 교사의 투철한 교육철학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장남 동만(東萬)이 중학교 교사로 취직할 때에 “네가 교육을 너의 사명으로 알고 평생을 헌신 봉사하겠다는 각오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직장이 없기 때문에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면 나는 반대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는 당시 매하가 원하는 교사상을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즉, 양태승 교장은 단 한 명의 교사라도 훌륭한 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양 교장과 함께 고창고보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박희성 선생(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교수)이 매하를 평하여 “大海를 한 입에 삼키고도 꼼짝도 않는 배짱을 지녔으며, 청년들을 퍽 좋아하고 사랑했다”고 회고한 것도, 결국 양 교장의 노력으로 인해 고창고보의 교육은 더욱 내실을 기해갔고, 1926년에 본교사의 공사도 완료되었다. 이로써 고창고보는 불과 몇 년 만에 지역의 명문 고등학교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항일 민족교육의 요람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같은 눈부신 발전의 뒤안길에는 눈물겨운 일화도 많았다. 다음은 고창고보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4대 교장 유찬식 성생의 기념사 중 일부이다.

“당시 학교경영이란 이루 형언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 재정이란, 일제의 수탈정책으로 토지는 값이 없어서 현금 기부는 없었고 전부가 토지여서 수합되는데 어려웠으며, 풍흉(豐凶)에 따라 학교 경영은 매우 불안했습니다. 내가 부임해서는 계속되는 흉작으로 정읍의 식산은행, 장성의 호남은행에서 차입한 부채는 증가하면서 경영은 늘 어려웠습니다. 재직 10년에 어느 한 달 제대로 봉급을 받은 적이 없었고 재단 서무에서 쌀 값을 얻어내다가 근근히 생활해야 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겠으나 생활은 어렵고 전도마저 암담하여 재단 측의 성의를 촉구하려고 봇짐을 챙기는 교원 파업행위도 5~6차례나 있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