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비록 시골학교였지만 고창고보의 교사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난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매하가 이처럼 우수교사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인 까닭은, 그가 고창고보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시했던 것이 바로 ‘교육의 질’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능한 교사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시되었다.

그것은 신생의 고창고보를 단시일 내에 호남 지역의 대표적인 명문학교로 발돋움시키겠다는 그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 그다 맞아들인 교사들 중에는 그야말로 당시 조선사회의 지식인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당시 매하는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에 교사로 모셔오는가 하면, 다른 학교에 비하여 훨씬 많은 월급을 약속하면서 훌륭한 선생님들을 영입하였다.

그 당시 교사들은 전부 나열해서 언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여기서는 몇몇 중요 인물들만으로 짧게 그 면면을 살펴보고자한다. 우선 매하에 이어 제3대 교장이 되었던 심준섭(沈駿燮)은 당시 경성 제2보고(현 경복고등학교)의 현직교감이었던 인물이었다. 또한 고려대 교수와 대한체육회의 부회장을 역임했던 대표적인 체육계 인사였던 이병학(李丙學), 대표적인 한글학자이자 해방 후 <우리말 큰 사전>을 펴내 한글의 기틀을 잡은 정인승(鄭寅承) 전 전북대학교 총장, 일본 동경 물리학교 출신으로 대표적인 수학자로 알려졌고, 해방 후에는 전라남도의 학무국장이 되었던 유찬식(劉燦植), 후일 건국대학교 이사장이 되는 교육자 신태수(申泰洙), 역사학자로서 전남대학교의 문리대학장이 된 이혁(李赫), 훗날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교수가 된 경제학자 박희성(朴希聖), 한학자이며 서예가로 유명한 염재 송태회(念齋 宋泰會, 1873 ~ 1943)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당시 국가적 차원에서 지도급 인사였으며 기라성 같은 학자였지만 양태승 교장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려 남도의 벽지인 고창 시골마을에까지 기꺼이 부임해 왔다. 좋은 교사를 찾기 위해서는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노력에 마음이 움직인 이들 인사들은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을 시골학교를 찾아 모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