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서도 특히 영어교원은 전국적으로 절대수가 부족한 탓에 고창고보와 같이 시골학교에서는 영어선생님을 모셔오기가 어려웠다. 어렵게 왔다가도 두메산골 격릿행활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얼마 되지 않아 보따리 싸서 떠나버리곤 했다. 또한 아무나 데리고 와서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배척을 받기도 했다. 이에 고창고보에서도 늘 교사의 결원이 많아 자습으로 보충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하가 생각하는 교사의 자격은 우선 학력이 좋아야 하고, 애국애족하는 교육자로, 열과 성을 다하는 사명감에서 공명을 얻은 동지와 같은 존재여야 했는데, 이런 산골 빈한한 창립학교에 우수한 교사를 데려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매하는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 원정에 자주 나섰다. 오죽했으면 당시 “고창고보 양태승 고장이 서울 전동여관 (늘 묵은 단골여관)에 나타났다 하면 시내 학교 교장들이 비상을 걸고 교원 단속에 여념이 없어 교원 수호작전을 폈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을 정도였다.

당시 매하의 교원 스카웃 수완은 놀라웠다. 서울 제2고등보통학교 교무주임 심준섭 선생을 모셔온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였다. 또한 연희전문 우등 졸업생, 더구나 미국 유학을 채비하던 정인승의 스카웃으로 고창고보의 연례 숙제였던 영어 교사의 초빙 문제는 해결되었다. 정인승 선생이 고창고보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매하의 설득 때문이었다. 매하는 전동여관에서 정인승 선생을 만나 고창고보의 영어교사문제를 제기하면서 “정 선생의 힘이라면 기성의 학교에서 소꼬리가 되어 앞도 못 보고 따라만 가느니보다는 미지의 대지에서 꿈을 그리며 참새일망정 주둥이가 되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남아가 해야 할 일이며, 고창 고보의 영어 교사 문제는 시급하고 절실하므로 계산도 망설임도 용서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하자 정인승 선생은 감명을 받고 고창고보를 위해 과감히 미국유학의 길을 포기하였던 것이다.

또한 동경 물리학교의 수재요, 당대 5대 수학자로 불린 유찬식 선생, 학생 시절 평양축구단을 인솔하고 일본 체육학교 재학시절 실기와 지도력으로 그리고 주먹으로도 명성을 날렸던 이병학 선생, 홍순복 선생, 신태수 선생 등이 모두 매하의 포부와 인격에 공감하여 고창고보 학생들의 교육에 청춘을 바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