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써 고창고보의 민족교육은 본 궤도에 오르게 되었고, 아울러 호남지역의 사립 고등보통학교의 역사도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발전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1920년에는 광주에도 고등보통학교 과정의 학교가 설립되지만 그것은 일제가 세운 식민지 교육을 위한 학교였다.

사립 고창고등보통학교의 설립은 진정한 의미의 민족교육이 호남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연원 역시 1910년대 말의 오산고보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어느 지역보다 발 빠르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다른 지역에서처럼 특출한 한 사람의 힘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고창군민들의 손으로 그들의 바람이었던 고등보통학교 과정이 설립된 것이었다.

당시 일제 위정자들이 <조선교육령>을 발령하여 조선인의 우민화교육에 목표를 두고 있었던 상황에 비추어 볼 때에도 매우 어려운 일을 성사시킨 큰 쾌거라 아니할 수 없겠다.

1922년 4월 재단법인 설립과 함께 고창고보는 5년제의 정규 사립 고등보통학교의 역사를 시작했다. 초기 학생들은 오산고보에서 넘어온 학생들이었다. 오산고보의 폐교 위기로 인해 서울의 고등보통학교로 전학을 준비하고 있었던 학생들이 첫 고창고보의 학생이 된 것이었다. 그러므로 오산고보의 역사가 고창고보로 온전히 이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산고보를 설립하고 초대교장이었던 마스도미는 학교가 고창으로 이전된 후인 1922년부터 부인이 늘 병약하여 일본 동경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자 교회사업(일본 장로교회 이사)과 그가 죽기 진전까지 계속 발간한 <기독교 예찬>이라는 개인 전도 잡지의 간행에 전념하게 되어, 한국에는 단지 1년에 한 두 차례 들러 학교에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때 도움을 주는 역할에 그쳤다.

따라서 매하는 애국에 불타는 고창군민들이 사상 최초로 설립한 재단법인 고창고등보통학교의 초대 교장으로서 민족교육의 토대를 닦아나갔다.

초창기 고창고보의 어려움 중의 하나는 교원충원 문제였다. 고창고보야말로 설립의 유래에 있어서는 세상에 둘도 없는 벽지의 작은 민립학교로서 자랑할 만한 학교였지만, 훌륭한 교사를 충원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