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고보가 인가를 받을 시점에 고등보통학교 수준의 사립학교는 전국에 8개에 불과하였고, 그나마도 서울에 양정, 배재, 휘문, 보성 등 4개교가 몰려 있었고 지방에서는 평양의 오산을 비롯해 겨우 4개교가 있었을 뿐이었다. 또한 일재가 제정한 <조선교육령>에 따라 설립된 관립 고등보통학교는 광주고보를 비롯하여 전국에 12개가 있었을 뿐이었다. 규모도 작고 인구도 많지 않고, 농업이 중심인 고창과 같은 작은 지방에서 고등보통학교가 설립된 것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1923년 12월 10일 고창읍 교촌리 성산 기슭에 7,346평의 부지를 매입하였고, 1925년부터 290평의 2층 교사를 신축하기 시작했다. 매하는 새로이 건축될 교사가 앞으로 적어도 100년 이상 고창고보의 중추 건물이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교사의 건축에 사용될 자재 하나하나를 모두 자신이 손수 검사해 가면서 공사를 진행하였다. 당시의 학교 교사 건축은 중국인 기술자를 채용해서 붉은 벽돌을 굽고, 이를 쌓아서 만들었는데 매하는 벽돌 하나하나를 자신이 직접 두드려 가며 강도를 확인하고 쌓아올렸다. 그 벽돌 한 장 한 장은 고창 군민들이 낸 기부금이었고, 고창고보에 대한 기대였다는 것을 잘 아는 그였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매하의 치밀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은 교육에 대한 그의 신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매하의 꼼꼼한 손길 덕분에 당시에 건축된 고창고보의 본 교사는 최근까지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잇을 정도로 견고하게 지어졌다. 건물의 완공이 1926년에 이루어졌으니 이 건물은 2005년까지 80년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살아있는 고창고보의 증인이 되어왔다. 50년이 넘는 건물들은 근현대사의 증인으로서 문화재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오늘날의 실정을 염두에 두면 이때에 이루어진 고창고보의 교사는 우리나라의 교육과 근대사의 산증인으로서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유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고창고등학교의 교사 신축사업으로 인하여 옛 건물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탓에 일제 강점하의 민족교육의 중요한 산실에 대한 역사적 기념물을 잃어버리게 되어 그 아쉬움을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