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에는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실력양성운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고창고보의 예와 같은 경우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다. 초등교육기관의 경우는 어느 정도 가능했겠지만 중등교육기관 이상은 일제의 견제로 인해 설립 자체가 힘들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서울이나 대도시도 아닌 고창과 같은 일개 군이 이런 엄청남 일을 해냈다는 것은 더욱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정치‧경제적으로 능력을 가진 개별 인물의 배경을 뒤에 업고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매하와 고창군민의 이 놀라운 도전은 각지에서 민족 사학 설립운동들이 크게 일어나고 있던 상황 속에서 단연 주목을 받는 것이었다. 또한 고창고보의 설립은 고창군민들에게도 커다란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정규인가를 받은 중등학교의 존재 자체가 드물었던 시기에 군 단위 지역에서 고보를 창립했다는 것은 고창군민들에게 커다란 자부심이 되었다.

이러한 자부심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북 오산 남 고창’은 바로 그들에 대한 찬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모든 일들을 주도하고 계획한 인물인 매하의 존재를 잊지 않았다. 교육자 매하는 전시대의 녹두장군 전봉준과 다름없는 커다란 인물로 그들에게 각인되었으며 곧 민족교육의 지도자였던 그를 민족의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 일제는 조선인의 우민화 정책에 의하여 고등교육기관의 인가를 극히 제한하고 있었고, 따라서 고창보고의 재단법인 인가 역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보류하고 있었다. 이 무렵 고창군청 참사 강대직이 전주 도청 학무과장을 만나 담판을 짓는 사건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