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기 힘들었던 막대한 거금도 고창군민이 개개인의 몫으로 나누면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액수의 돈이 되었고, 군민들은 기꺼이 그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고, 그것도 고등교육이 절실함을 강조한 매하의 뜻에 고창군민들이 일치하여 지지를 보낸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다. 매하에 대한 군민들의 지지는 결국 그들 개개인의 뜻을 모은 대표자로서 매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당시에 합의된 모금 내역은 고창군내 천석꾼 이상의 지주 13명에게 1인당 1만 원씩 13만 원을 모으고, 일반 자작농가에서는 농지의 법정지가 100원에 대하여 6원 50전씩을 거출키로 하는 것이었다. 일단 모금을 결의한 이상 모금활동은 재빨리 이루어져야 했다. 매하는 보다 빠른 학교의 개교와 오산고보 학생들의 교육 정상화를 위해 기금 모금에 발 벗고 나섰다.

고창지역의 유지들과 군민들은 이에 답하듯 기금 모금에 적극 협조하여 불과 3개월 여가 지난 1922년 5월 4일 마침내 조선 최초의 민립학교이며, 호남 최초의 민족 사학인 사립 고창고등보통학교의 설립을 위한 기반 조성을 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6월에는 오산고보를 고창고보로 개칭하고 고창군 부안면 오산리에 있었던 학교를 고창읍으로 옮겼다. 당시 학생 수는 4학년까지 180명이었다.

고창고보의 설립이 이처럼 빨리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매하가 기울인 각고의 노력과 함께 이에 흔쾌히 화답한, 3‧1 정신에 불타는 고창군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때문이었다. 매하는 능수능란한 솜씨로 마스도미로 하여금 고창고보에 최선을 다해 협조케 했으며, 고창군민들에게는 때로는 줄포, 정읍, 장성 지방에서 학교 인수를 교섭해 오고 있다고 경쟁의식을 일으켜 고창군민들의 마음속에 고창고보 존립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개인과 개인이 합심하면 큰일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믿음은 매해가 그간 조선이 겪은 역사적 상황들을 통해 깨달은 뜻 깊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하는 그런 민중들의 힘을 믿었다. 그것은 민족 교육에 대한 열망이었고, 그렇게 교육을 받아 조국을 이끌게 될 동량들에 대한 기대였다. 그들은 교육을 통해 성장한 조선의 인재가 될 것이며, 그들의 결집은 조선의 독립을 불러오게 할 원동력이 될 것이었다. 이처럼 아직 어린 소년들에게 조선의 미래를 거는 단호한 결정과 그들을 이끌어 간 인물이 바로 매하였다.